/일본 라쿠텐증권 유튜브 캡처 일본 라쿠텐증권 유튜브에 출연한 ‘주주우대 생활자’ 기리타니 히로토씨가 주주 우대권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주주 우대권이 도착하면 그것이 곧 생활의 일정표가 된다”고 말했다.

전직 프로 장기 기사 기리타니 히로토씨는 일본에선 ‘주주 우대 생활자’로 불린다.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1000여 개 상장사가 제공하는 주주 우대 혜택으로 의식주 대부분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택배로 쏟아지는 ‘주주 우대품’을 일일이 개봉하고, 기업이 주는 레스토랑 식사권, 기차표 할인권, 의류·식료품 교환권 등으로 생활하는 모습이 TV에 소개될 정도다. 그는 지난해 말 일본 라쿠텐증권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주주 우대권이 도착하면, 그것이 바로 생활의 일정표가 된다”고 말했다.

◇일본 상장사 3곳 중 1곳 운영

일본의 주주 우대 제도는 이미 뿌리 깊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일본 상장사 4400여 곳 중 1500곳가량이 주주우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 기업들은 각자 산업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우대 방식을 발전시켰다. 일본 철도 회사인 JR동일본·JR서일본은 주주에게 철도 운임 할인권을 정기 제공하며, 그룹 내 호텔·레저 시설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한다. 전일본공수(ANA)·일본항공(JAL) 등 항공사는 항공권 할인 이용권을 제공해 여행 수요를 자사 생태계로 흡수한다. 대형 유통 기업 이온(AEON)은 쇼핑 포인트와 전용 할인권을 주는 식이다. 최근엔 ‘장기 보유 우대형’과 ‘사회 공헌형’이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 보유 우대형은 일정 기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우대 품목이나 혜택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일본 상장사 중 약 600사가 시행 중이다. 사회 공헌형은 주주가 우대 혜택 대신 기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약 200여 기업이 운영한다.

그래픽=김현국

제도의 효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서 주주 우대 제도를 실시하는 기업의 평균 주주 수는 운영하지 않는 기업의 약 두 배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가 변동성도 뚜렷하게 낮았다. 2024년 7~9월 기준으로 보면 우대 제도 도입 기업의 평균 일일 주가 변동 폭은 약 0.36%, 미도입 기업은 0.47% 수준으로, 우대 기업이 약 22% 낮은 변동 폭을 보였다. 즉, 주주 우대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장기 보유 유인과 안정적 주가 형성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차이가 난다. 우대 제도 시행 기업의 평균 PER은 14.32배로, 미도입 기업(13.17배)보다 9%가량 높았다. PER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시장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비용 적게 드는 주주 환원책”

반면 한국의 주주 우대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과거 대우전자가 주주 명부에 기재된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최대 20% 할인해주거나, 기아자동차(현 기아)가 주식을 1000주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자동차 구입 시 5% 할인 혜택을 주는 등 일부 기업이 주주 우대 제도를 운영했지만, 한시적 제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화장품 회사 달바글로벌이 올해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주주에게 제품 할인 혜택을 내걸어 고객·주주에게 큰 관심을 받았고, 식품 기업 오뚜기, 리조트 운영 기업 모나용평 등 10여 곳의 상장사가 주주 우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기반으로 주주임을 쉽게 인증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되면서 과거처럼 실물 우편이나 오프라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실시간 혜택 제공이 가능해져 향후 국내서도 주주 우대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TS 기반 주주 인증 플랫폼을 개발·운영하는 IR큐더스 이종승 대표는 “주주 우대 제도는 배당, 자사주 소각 등 다른 수단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주주 환원 정책”이라며 “주주 우대 제도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장기 투자 문화 정착은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