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주 46시리즈 원통형 및 리튬인산철(LFP)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올해 코스피 상승장에서 외면받아온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반색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8.8%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1.31% 오른 42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지역은행 부실 대출 여파로 간밤 미 증시가 하락하며 이날 코스피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LG엔솔의 지난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20.3%에 달한다. 같은 2차전지주인 포스코 퓨처엠도 전일 9.9% 상승에 이어 이날도 1.46% 상승한 19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KRX2차전지 TOP1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 상승했는데 이는 올해 가장 큰 폭의 상승분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대표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상승세도 거세다. 에코프로는 전날 14% 상승 마감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19.24%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45분 현재 전날보다 25% 넘게 오른 7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또한 5.1% 상승해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장중 15만원을 돌파했다.

2년 전 ‘이차전지 붐’ 당시 물렸던 개인 투자자들은 간만에 화색을 보이는 중이다. 한 이차전지주 종목토론방에서는 “2년 전 대폭등의 서막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다” “내 평단까지 기다리는 중” “2차전지 구조대 드디어 왔나” 등 기대감 섞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이차전지 랠리는 실적이 아닌 순환매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상승일 뿐이라는 것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이차전지 업종의 최근 상승은 실적 전망치 상향에 근거한 상승보다는 순환매 성격의 상승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다”며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하향 조정이 마무리된 이후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 또한 “보조금이 사라진 이번 4분기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는 역성장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이차전지 업체의 미국 비중이 상반기 기준 38%로 높았다는 점에서 수익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반등과 미중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의 ‘탈중국’ 수요가 커지며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오는 11월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와 양극재, 음극재, 배터리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수출 허가 절차·심사 강화에 따른 수출 지연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던 해외 업체들의 거래선 교체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 미국 ESS용 배터리 시장의 87%는 중국 기업들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차지했는데, 이 와중에 중국 정부가 배터리 수출 허가제를 시행함에 따라 한국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흡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