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6일 전날보다 2.5% 오른 3748.37로 마감, 사상 처음으로 3700선을 돌파했다.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지난 1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다음 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에 왔다는 것을 알렸다. 여기에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 전망이 주가를 밀어 올렸고,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반도체·자동차·증권… 삼박자 호재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2조1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어 업황 회복세를 입증한 데 이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브로드컴·AMD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수퍼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밝히면서 AI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에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8% 오른 9만7700원으로 마감, 종가 기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1년 1월 기록한 장중 역대 최고치(9만6800원)도 새로 썼다. SK하이닉스도 7.1% 급등한 45만2500원에 장을 마쳐 사상 처음으로 45만원 선을 넘었다.
정부가 전날 규제 지역 확대와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증시 머니 무브’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주도 강세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전날 6.7%, 이날 5.4% 상승, 이틀 만에 12.4% 급등한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도 이틀 동안 각각 8%, 6.1% 상승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정책 기대감에 증권주가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는 동안 유럽·일본 대비 높은 관세 부담으로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현대차, 기아도 협상 타결 기대감에 각각 8.3%, 7.2% 급등했다.
◇글로벌 IB 낙관론… 개인 ‘참전’ 채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잇따라 한국 증시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전망을 기존 3250에서 3800으로 상향하면서 초강세장이 나타나는 경우 42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퍼사이클, 전력·설비 인프라 투자 확대, 방산·K컬처 산업 성장세가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라고 평가했다. JP모건도 향후 코스피가 4000을 넘어 5000까지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믹소 다스 JP모건 한국주식전략 책임자는 지난달 말 열린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 2025’에서 “한국의 방산, 조선, 전기·전자, AI 산업에 대한 전 세계의 수요 때문에 한국 기업의 실적이 긍정적일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4465억원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하며 상승장을 이끌었지만, 개인은 10조4858억원 순매도로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이날도 개인은 매도하고 외국인은 매수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 관망하던 ‘개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 둔 돈을 뜻하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3일 80조190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기 자금 보관용으로 쓰이는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개인 자금이 빠져나오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것) 심리가 확산되며, 개인들이 증시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귀환이 내년 코스피 4000선 돌파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