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5.47포인트(2.68%) 오른 3657.28에 마감했다./연합뉴스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300위권의 한 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에 투자한 강모(67)씨는 주식 계좌를 볼 때마다 한숨이 깊어진다. 강씨는 “주위에선 다들 ‘국장(한국 주식시장)’에서 돈 벌었다고 하는데 내 주식은 겨우 본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15일 코스피는 2.7% 상승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인 3657.28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상승률만 52.4%에 달한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이 상승세를 체감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의 ‘똘똘한 한 채’ 현상처럼, 주식시장에서도 ‘똘똘한 대형주’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의 수익률만 두드러지게 좋았다. 중·소형주 투자자들은 증시 호황 속에서도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5일까지 시가총액 1~100위로 구성된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56.8% 상승했다. 반면 중형주 지수(101~300위)는 34.5%, 소형주 지수(301위 이하)는 17.6% 오르는 데 그쳤다. 대형주 지수 구성 종목 100개 중 90개(90%)의 주가가 올해 상승했지만, 중형주는 199개(이하 거래정지 종목 제외) 중 152개(76%), 소형주는 528개 중 339개(64%)만 올랐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가 소수 주도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며 “반도체 업종의 압도적인 수익률과 달리 다른 업종은 부진한 차별화 장세가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대형주와 중형주 간 격차는 크지 않았다. 당시 코스피 대형주 지수 상승률은 33.9%, 중형주는 30.7%로 엇비슷했고, 소형주만 16.1%로 차이가 났다. 그러나 9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대형주 지수는 한 달 반 만에 17.1%나 뛰었지만, 중형주는 2.9%, 소형주는 1.3% 오르는 데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그래픽=김현국

이 같은 격차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1·2위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9월 이후 불과 한 달 반 만에 각각 36.3%, 57.1% 급등해 지난 1~8월 상승률(31.0%, 54.7%)을 뛰어넘었다. 그 결과 지난 8월 말까지 코스피 전체의 23% 수준이었던 두 종목의 시총 합계는 29% 수준까지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형주 쏠림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도체 외 업종의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정책으로 글로벌 제조업 가치 사슬이 흔들리며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관세 충격의 영향이 반영된 기업별 3분기 실적이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데 반도체 외 업종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대형주,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 중심 대형주의 초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한·미 간 관세 협상 난항과 원화 약세는 업종 간 차별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반도체·전력·조선 등 보호무역의 영향을 덜 받는 수출주 중심의 장세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