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 희토류를 미국과 벌이는 무역 협상 압박 카드로 활용하며 수출 통제에 나서자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보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아울러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앞으로 10년간 미국 안보 분야 관련 산업에 1조5000억달러(약 2140조원)를 투자한다고 13일 발표하면서 희토류를 포함한 일도 관련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희토류와 함께 방위·항공우주, 인공지능(AI),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고 밝히며 “미국이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과 제품 등을 신뢰할 수 없는 공급원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드러났다.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로이터·연합

◇美 ‘희토류 독립’ 노력 수혜주에 관심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유사한 원소 17가지를 통칭하는 희토류는 전자 기기와 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다. 첨단 산업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수요도 늘어나고 있지만, 채굴·정제 과정이 까다롭고 가공 단계에서 환경오염 위험이 커 생산지가 많지 않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 정제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추가 발표한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즉각 중국을 맹비난하며 추가 보복 관세 100%를 예고했다. 이후 트럼프가 이틀 만에 태도를 바꿔 중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자 희토류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취약점)’임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미국이 희토류 관련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받을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JP모건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13일 미국 시장에서 희토류 관련주인 크리티컬메탈스가 55.4%, 유나이티드스테이츠(US)앤티모니는 36.9% 급등해 거래를 마쳤다. 크리티컬메탈스는 광산 탐사·개발 기업, US앤티모니는 금속·화합물 생산과 판매를 하는 회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JP모건이 이날 제시한 목표는 핵심 시설과 기술을 미국 내에 확보하려는 백악관의 정책 의제와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변동성 큰 희토류株 “분산 투자를”

전문가들은 희토류 관련 주식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한 분산 투자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희토류 관련 대표 ETF는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레어 어스 스트래티직 메탈스(REMX)’다. 매출의 최소 50% 이상이 희토류·리튬·코발트 등 전략 광물 사업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한국엔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 ETF가 이 분야의 대표적 투자 상품이다. 최근 한 달 49% 상승했다. REMX와 리튬아메리카스, 엠피머티리얼스, 리나스레어어스 등을 담고 있다.

개별 기업에 투자하려면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광물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두 차례 행정명령 등을 통해 광물 자원 규제를 완화하고 직접투자를 확대하며 국가 주도로 공급망 확대에 나선 만큼 관련 기업이 정책적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엠피머티리얼스·리튬아메리카스와 함께 캐나다 기업 트릴로지메탈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희토류 종류별로는 중(重)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희토류는 크게 중희토류와 경(輕)희토류로 나뉘는데, 경희토류는 매장량이 풍부하고 중국 외에서도 생산이 어렵지 않다. 반면 중희토류는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더 희소한 전략 광물로 취급된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중희토류 개발 기업인 USA레어어스와 크리티컬메탈에 미국 정부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희토류 관련주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한 대체 투자 분야 연구원은 “2011년 희토류 수출을 통제했을 때도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가 중국이 수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급락한 사례가 있다. 주가가 이미 높은 수준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