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KCGI자산운용 김홍석 주식운용본부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CGI자산운용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

“한때 ‘국장(한국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유행했죠. 지금부터는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선을 필두로 방산,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의 사이클(업황)이 대부분 불황에서 호황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홍석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여의도 본사에서 지난 10일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은 고평가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 주식 비율을 줄이고 한국 비율을 확대하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이지만, 특히 한국 주식의 매력이 크게 부각되는 시기라는 뜻이다.

김 본부장은 20년 넘게 국내외 자산 운용 업계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로 활동해 왔다. 지난해 수익률 12.4%로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벤치마크(코스피) 대비 수익률 1위를 기록한 ‘KCGI코리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연말까지 코스피 전망은.

“변동성은 있겠지만 시장에 풀린 돈의 힘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연말까지는 코스피 3800 달성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2~3년 안에 코스피 5000 이상까지도 간다고 보고 있다.”

-주식시장을 밀어 올리는 동력은.

“지금 한국 증시의 방향성은 엄청난 반도체 사이클이 좌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반도체가 매우 소외됐지만, 지난봄 바닥을 찍고 지금은 회복 국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사이클이 2년 정도 후 정점을 찍으면 증시 역시 그때 가장 호황일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많이 올랐는데, 지금 사도 될까.

“시기 문제이겠지만 삼성전자 주가가 15만원까지는 거뜬히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지금 20배 정도 된다. 반도체 호황이 본격화하면 이익이 늘어나 PER이 10배 미만으로 떨어질 텐데 그때가 차익 실현 시점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PER이 낮은가’라고 할 때가 주가가 가장 비쌀 때다. 지금은 아직 실적 대비 주가가 저렴한 수준이다.”

-연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주목할 업종은.

“‘전·방·전’을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필두로 한 전자, 꾸준히 수요가 예측되는 방산, 그리고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은 전력 기기 등 ‘기초 체력’이 좋은 종목들이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다. 이 외에도 K푸드나 K팝, K뷰티 등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있는 업종도 추천한다. 지난 7월 이후 주가가 살짝 부진했지만 이 산업들은 업황에 구애받지 않는 산업이라 중장기적 보유 매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주의해야 할 업종도 있나.

“지금 가장 위험이 큰 부문은 자동차와 2차전지다. 미국 불황이 이어지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해 자동차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2차전지의 경우 지금 주가가 너무 높다. 특히 한국이 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의 전환이 시급한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대외 변수가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은.

“반도체주의 경우 지난 주말 트럼프의 대중 관세 인상 발언에 의해 살짝 주가가 내려갔지만, 단기 조정일 뿐 반도체 사이클이라는 큰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환율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사줘야 오른다. 미국 시장의 높은 가격 부담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른 시장을 찾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다만 지금처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계속해서 크게 오르면(원화 가치 하락) 외국인 유입이 주춤할 수 있다.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머물려면 환율 안정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