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 재점화 우려로 ‘블랙 먼데이(월요일 주가 폭락 사태)’ 공포가 퍼졌지만, 아시아 증시는 13일 큰 충격을 비켜갔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추가 규제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100% 보복관세 발언으로 미국·유럽 증시와 가상 자산 가격이 급락했지만, 이후 미·중 양국이 유화적 메시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 내린 3584.55에 마감했다. 장 초반 2.4%가량 내린 3522선까지 밀렸지만, 이후 개미 투자자들이 외국인, 기관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낸 덕에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삼성전자 9만원 선, SK하이닉스 40만원 선도 무너지지 않았다. 일본 증시가 ‘체육의 날’로 휴장한 가운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0.2%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입에 출렁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시장 불안은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응해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기존 관세에 더해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평균, S&P500, 나스닥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2~3%가량 급락했고, 독일·프랑스 증시가 1.5%씩 내리는 등 유럽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가상 자산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가상 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12만달러대에서 10만달러대로 급락했다.
국내에서도 주말 새 급락 공포가 퍼졌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관세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월요일인 4월 7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5.57% 폭락한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중이 빠르게 ‘진화 모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상호 존중과 평등한 협상을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분쟁을 관리하자”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 소셜에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뉴욕 3대 지수 선물은 반등했고, 비트코인 가격도 11만달러 중반대로 회복했다.
◇예측 불허 트럼프, 환율 고공 행진은 부담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이틀 만에 말을 바꾸면서 시장이 요동치자 전 세계 투자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엔 “도널드 트럼프의 개인적인 기분 변화가 수천 명의 생사(生死)를 좌우하는 세상에서 산다고 상상해 보라” “노망난 입을 열어 무역 전쟁을 다시 점화했다” 등 격한 반응이 나왔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트럼프 입에 지퍼를 채워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블랙 먼데이는 피해 갔지만, 환율 상승은 여전히 코스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약세가 길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로 환산한 수익이 줄어드는 환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국내 주식 매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5개월여 만에 장중 1430원을 넘었지만, 전 거래일보다 4.8원 오른 1425.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 상승에 이날 외환 당국이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환경을 감안할 때 환율이 고점권에 도달했다고 본다”면서도 “한·미 무역 협상,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등 정치적 변수로 원화 절상 전환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