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

미·중 무역 분쟁 재점화 우려로 13일 한국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2% 내린 3584.55에 마감했다. 장 초반 코스피는 하락 폭을 키우면서 3522선까지 내렸지만, 이후 소폭 반등 마감했다. 삼성전자(-1.17%), SK하이닉스(-3.04%) 등도 장 초반에 비해 하락 폭을 1~2%포인트가량 줄였지만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1.6% 내린 845.76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종가 기준 0.12% 상승한 860.49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은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 분쟁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지난 10일(현지 시각) 뉴욕 주식시장 3대 지수가 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응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1월 1일부터 현재 부과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다우종합이 1.9%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71%, 3.56% 등 급락했다.

일각에선 이날 한국 증시가 ‘블랙 먼데이’를 맞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앞서 지난 4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으로 주가가 급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미국 해방의 날’로 선언하며 미국에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을 부과하는 국가들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주말 새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강경 발언을 이어가면서 4월 7일 하루에만 코스피가 5.57% 급락했다.

다만 주말 새 중국이 상무부 대변인 명의로 “두렵진 않지만 싸움을 바라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에 “매우 존경받는 시진핑 주석이 잠시 어려운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을 돕고 싶다”고 쓰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0% 관세가 실제 부과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지난 4~5월에도 이미 양국은 ‘관세 치킨게임’을 경험한 바 있다”면서 “고율 관세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크며, 실질적으로는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4월의 학습 효과로 이번 미·중 간 관세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환율 변수는 남아있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외국인 순매수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원화 약세 압력 확대 구간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원화 강세 전환과 함께 차익 실현 심리 강화로 이어졌다”면서도 “한·미 무역 협상,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등으로 인한 달러 약세, 원화 강세 전환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원 오른 1430원에 개장했지만, 이후 상승 폭을 줄이면서 오후 3시 30분 기준 1425.8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