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지난 3일부터 이어진 긴 추석 연휴 동안 국내 증시가 휴장했지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쉬지 않고 미국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AI 랠리(강세장)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연휴 기간인 3~9일 국내 투자자들은 약 12억4187만달러(약 1조7640억원)어치 미국 주식을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이는 직전 주(9월 26일~10월 2일)의 순매수 규모인 약 5억5757만달러의 배 이상이다. 연휴로 멈추는 국내 증시에 불안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연휴 직전에 대규모 차익을 실현한 뒤 연휴 중에는 미국 시장으로 갈아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하루 만에 3조원 넘는 기록적인 ‘팔자’ 매물을 쏟아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은 테슬라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로, 1억5117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2위는 아이리스에너지(1억460만달러)였고, 3위는 메타(9951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서학 개미들은 비트마인 등 가상 자산 관련 종목에 큰 관심을 보였으나, 최근 들어 투자 심리가 AI 수혜주로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서학 개미가 3조850만달러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를 기록했던 비트마인은 연휴 기간 순매수 5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반면, 최근 AI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며, 엔비디아·메타·팔란티어 등 미국 대형 AI주에 대한 매수세는 거세졌다. 직전 주에 순매도세였던 엔비디아는 3~9일에는 7170만달러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테슬라에 대한 관심도 돌아오고 있다. 테슬라는 한때 서학 개미들이 가장 좋아하던 주식이었지만,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주가 부진 등으로 최근 몇 달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한 달간 서학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 50위권 안에서도 밀려난 상황이었지만, 이번 연휴 기간 테슬라 주식 자체는 순매수 4위, 관련 ETF가 1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