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의 덕담 속에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결혼’과 ‘노후’라는 무거운 고민을 안고 계실 분들이 많습니다. 비혼과 만혼이 보편화되면서, 자녀의 결혼을 염려하는 부모 세대와 길어진 은퇴 후 30~40년을 홀로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고민거리입니다.

초고령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러한 고민에 대응하는 흥미롭고 때로는 기발한 동향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인기 코너 ‘은퇴스쿨’에서는 신미화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 경영학부 교수와 함께 일본의 중장년층이 은퇴 후 삶을 어떻게 개척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취재했습니다. 40년 가까이 일본에 거주하며 트렌드를 직접 경험한 신 교수의 생생한 통찰이 담긴 ‘은퇴스쿨-일본 시니어 생활’ 인기 영상들을 추석 연휴를 맞아 한데 모았습니다. 노후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초고령 사회 생존법’을 미리 확인해보세요.

◇자녀 대신 부모가 나선다! 5070의 ‘부모 대리 맞선’ 유행

신미화 일본 이바라키 그리스도교대 경영학부 교수. /은퇴스쿨

자녀의 결혼을 원하는 부모의 고민이 낳은 기발한 풍속도입니다. 일본에서는 혼기가 찬 자녀 대신 부모끼리 맞선 자리에 나서는 ‘부모 대리 맞선’ 큰 유행입니다. 부모는 중매회사를 통해 자녀의 신상정보와 사진을 미리 숙지한 뒤, 오프라인 ‘교류회’에 참석합니다. 참가 부모의 연령대는 5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합니다.

미리 점찍어 둔 상대 자녀의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이 맞으면 연락처를 교환하여 자녀에게 상대를 소개하고 교제를 주선하는 방식입니다. 신 교수는 “이 모임은 현재 회당 약 200명 가까운 부모가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누적 참가자 수는 4만 명을 넘었으며, 실제 결혼으로 이어진 커플도 6800건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자녀들은 이런 대리 맞선에 거부감이 없을까요? 신 교수는 “결혼 상대를 부모에게 소개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 없이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기는 자녀들도 많다”고 분석합니다. 부모가 인정한 상대이기에 결혼까지의 진행 속도도 빨라, 일부 커플은 맞선 이후 4개월 만에 상견례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임종까지 책임지고, 놀이로 활력을 얻는 일본 실버타운

일본 azalee 너싱홈의 기계식 목욕시설. 거동이 불편해도 욕조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유튜브 'Life Where I'm From'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으면서 민간 실버타운이 점차 다양해지는 한국과 달리, 역사가 오래된 일본은 선택지가 훨씬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거동이 불편해지면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색 실버타운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실버타운 내 유료 시설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내부에

카지노를 만든 곳이 대표적인데요. 방 안에만 있던 사람들이 카지노 때문에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고, 딴 코인은 실버타운 내 유료 시설 이용 시 실제 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시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습니다.

최근에는 닌텐도와 같은 e-스포츠를 적극 장려하거나, 입주자들이 함께 농사지은 채소를 팔아 수익을 분배하는 생산적 활동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안정성입니다. 신 교수는 “한국은 거동이 불편해지면 퇴소해야 하지만 일본은 임종 때까지 지낼 수 있어서 훨씬 안정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일과 휴가를 동시에! ‘리조트바이트’

일본의 리조트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리조바닷컴' 홈페이지. 50~60대도 모집한다는 구인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리조바닷컴

정년 후에도 일을 하려는 일본 신중년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리조트바이트’입니다. 리조트나 스키장, 온천 등 관광지에서 수개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 기간 해당 지역 관광도 즐기는 것입니다. 업체에서 숙식, 식사, 교통비를 지급하며, 근무 중 리조트 내 시설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 중노년층에게 큰 인기입니다.

우리보다 초고령화 사회를 먼저 겪은 일본이 은퇴를 미루고 소득 활동에 나서는 모습은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72세 메이드가 ‘이랏샤이마세’”

일본의 시니어판 메이드 카페 '샹그릴라'에서 메이드들이 손님과 함께 마법 주문을 외치고 있다. /샹그릴라 제공

일본 시니어들은 외로움을 극복하고 삶의 활력을 찾기 위해 매우 독특하고 적극적인 활동에 나섭니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의 한 도시에선 65세 이상 여성들이 메이드복을 입고 손님을 맞는 ‘저승카페’ 샹그릴라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72세 최고령 메이드가 “오이시쿠 나레, 오이시쿠 나레, 모에모에 큥”이라는 마법 주문을 외치며, 저염식 건강 도시락을 저렴하게 제공합니다.

저승카페라는 콘셉트에 맞게 화장실은 ‘극락정토’, 심지어 입관 체험 이벤트까지 연다고 합니다. 신 교수는 이곳이 “나이 듦을 유쾌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긍정적 노화’의 실천 현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덕질’과 ‘버스 미팅’

신미화 교수가 소개한 일본 시니어들의 버스 미팅. /은퇴스쿨

일본 50~60대 10명 중 2명은 좋아하는 대상에 깊이 파고드는 ‘덕질’을 하고 있습니다. 평일엔 청소부로, 주말엔 자신이 열광하는 만화 박물관 소장으로 이중생활을 즐기는 중년 남성, 스모, 배구 스타의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 등 덕질은 중년의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 가족 간 유대감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일본판 ‘나는 솔로’라 불리는 ‘버스 미팅’도 인기입니다. 당일치기 버스 투어와 맞선을 접목한 것인데, 참가자 평균 연령이 62세일 정도로 중장년층 사이에 두루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신 교수는 황혼 이혼 증가나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겹쳐 중년 미팅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신미화 교수가 전하는 일본의 최신 트렌드를 통해 노후를 위한 새 아이디어를 얻어 가려면? 영상으로 확인하기 ▶

https://youtu.be/AZlcgJ7gp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