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돈을 주고받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러나 ‘괜찮겠지’ 하고 송금했다가 증여세가 붙어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족 간 금전 거래와 관련된 절세 정보 3가지를 정리해 봤다. (도움말: 김국현 세무회계 로마 대표 세무사, 이장원 세무법인 리치 대표 세무사)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1️⃣아내에게 준 생활비도 증여세 대상?

부부 간 자금 거래는 원칙적으로 증여로 보지 않는다. 다만 ‘사회 통념상 생활비’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매달 일정 금액을 특정일에 주는 경우는 생활비로 인정되지만, 1년 치나 10년 치를 한꺼번에 건네고선 “생활비였다”고 주장하는 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김국현 세무사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부부 생활비가 문제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월 200만~500만원 수준의 생활비는 통상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같은 금액이라도 매주 200만원씩 준다거나, 500만원을 잦은 간격으로 주면서 신용카드까지 쓰게 해준다면 ‘무늬만 생활비’로 간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활비의 실제 사용처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남편이 생활비 명목으로 송금한 돈을 아내가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주식 투자나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생활비가 아니라 증여로 본다.

물론 부부 간에는 10년간 최대 6억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주택 취득, 고가 전세나 상속세 신고처럼 큰 세무 이벤트가 생기면 국세청은 과거 10년 치 계좌 내역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아주 오래 전에 쓰다가 지금은 해지해서 없앤 계좌도 모두 조회한다. 이 과정에서 비정기적으로 오간 목돈의 출처를 소명하지 못하면 증여로 간주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어떨까. 김 세무사는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증여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직장을 다니는 성인 자녀에게 주는 용돈은 증여로 의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일 기준 10년 이내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된다. 사전 증여를 했다면 최소 10년은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그래픽=양인성

2️⃣1000만원 이상 송금, 무조건 세무 조사?

가족에게 1000만원 이상 큰돈을 이체했다고 해서 곧바로 세무조사로 이어지진 않는다. 급전을 빌려줬다가 다시 돌려받는 등 자금 거래의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 취득이나 대출 상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포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무조사가 개시되면 국세청은 과거 10년 치 계좌를 들여다보고, 이 과정에서 송금 내역이 문제 될 수 있다.

이장원 세무사는 “정부의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축소되면서 과세 당국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는 주택 가격대도 낮아졌다”며 “강남 3구나 용산구도 아닌 9억원대 아파트 매매인데도 자금 출처 소명을 요구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취득 자금이나 고액 전세 보증금의 경우, 과거보다 훨씬 꼼꼼하게 자금 출처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그는 흔히 알려진 ‘세무조사 10년 주기설’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증여 후 10년이 지나면 안전하다는 말이 있는데, 절반만 맞는 얘기입니다. 원칙적으로는 10년을 기준으로 하지만, 가액이 크거나 명백한 탈루가 확인되면 예외 없이 추징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안 날로부터 1년’ 내 언제든 과세당국이 움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상속 증여세율

3️⃣부모에게 빌린 돈, 이자 4.6% 꼭 내야

가족 간 자금 이체는 원칙적으로 국세청이 증여로 본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는 단순히 ‘빌려줬다’는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줄 수는 있다. 이 경우 반드시 차용증을 작성하고, 세법에서 정한 이자율(연 4.6%)에 맞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에게 2억원을 빌렸다면 연 920만원을 이자로 송금해야 하고, 부모는 이자 소득세 253만원(금전 대여 이자 세율 27.5%)도 내야 한다.

이때 세법은 연간 이자 지급액이 1000만원 이하라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이를 역산하면 약 2억1700만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도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김국현 세무사는 “이자를 매달 주고받지 않으면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빌린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차용증을 상세히 기재하고, 여력이 될 때마다 원금을 일부라도 갚는 등 노력해야 ‘진짜 대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용증에 정해진 서식은 없다. 그러나 ▲빌린 금액, ▲상환일, ▲상환 방법, ▲이자율(무이자라도 명시), ▲이자 지급일 등 최소 다섯 가지는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김 세무사는 “상환 기한은 2~3년 정도로 설정하고, 만기일에 상환이 어렵다면 차용증을 새로 작성해 갱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공증을 받으면 수수료가 비싸므로, 우체국 내용증명이나 인감 증명서 발급, 이메일 발송 등으로 차용증 작성일을 증빙해 두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