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며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있다. 증시 거품론이 ‘AI 거품론’ 까지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본지는 국내 AI 관련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전문가들에게 AI 고평가 논란과 AI 관련주들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AI, 아직 고평가라고 하기 이르다
AI 기업들이 고평가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답은 “아직 아니다”였다. 김정훈 IBK자산운용 운용역은 ”거품은 모두가 환호할 때 나오는데, 지금은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이 걱정한다는 건 아직 고평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지금은 미국 빅테크나 정부 위주로 AI, 특히 데이터센터에 대한 케펙스(자본 지출)가 시장 예상치보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케펙스가 이어지는 한, AI 벨류체인 전반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의 상황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도 자주 비교된다. 그러나 운용역들은 지금은 닷컴 버블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평가한다. 김 운용역은 “닷컴 버블 당시에는 ‘닷컴’ 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아무 종목이나 다 오르던, 실적이 아예 뒷받침되지 않던 시절이었다”며 “최근 AI 관련 종목들은 대형주 뿐 아니라 중소형주들도 실적이 잘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엔비디아, 지금 들어가도 될까
다만 전문가들은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동근 NH아문디자산운용 ETF 운용팀장은 “AI 섹터는 기술혁신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트렌드 역시 매우 발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지금껏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기업이 내일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엔비디아가 전과 다름없이 훌륭한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전히 훌륭한 주식이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지금은 AI분야에 있어 병목지점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했다.
◇AI, 앞으로 이 기업들이 뜬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특정 산업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AI를 단기 유행이 아닌 ‘메가 트렌드’로 바라보고 있다. 현재 AI 섹터에 속한 기업들뿐 아니라, 전통 산업 전반에서도 AI의 잠재적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운용역은 “지금은 엔비디아 같은 AI 반도체나 빅테크가 주목받지만, 앞으로는 의료, 제조, 금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사용될 것으로 보고, 향후 범 AI섹터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했다.
활용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한 만큼, 전문가들은 AI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분산 투자를 권했다. 최 팀장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등 새로운 산업 태동 초기 단계에서 많은 기업들이 서로 다른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성장테마의 특성상 변동성도 큰 만큼 개별종목 투자보다는 핵심 유망기업에 선별투자하는 ETF투자를 권하고 싶다”고 했다.
정 본부장 또한 “AI 밸류체인은 가장 중심인 반도체부터, 말단에 있는 원자력 등 전력 기기 관련주식까지 상당히 포괄적인 편”이라며 “투자자들이 AI 케펙스 투자가 이어지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도주 위주로 분산해서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