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기가 뜨겁다. 최근 국제 금값 상승에 더해 국내 금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국제 금값 상승 폭 이상으로 수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치 프리미엄이 꺼질 경우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현물 지수를 좇는 ACE KRX 금 현물 ETF와 TIGER KRX 금 현물 ETF는 최근 한 달간 각각 22% 올랐다. 같은 기간 원화 환율을 반영한 국제 금 현물 가격이 12% 남짓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국제 시세보다 10%포인트 더 높은 수익률을 누린 셈이다. 이에 투자금도 급격히 유입됐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ACE KRX 금 현물 ETF에는 최근 한 달간 3784억원이 들어와 전체 ETF 중 순유입액 7위를 기록했고, TIGER KRX 금 현물 ETF에도 2853억원이 들어오며 10위에 올랐다. 두 종목에만 한 달 새 6600억원 이상이 몰린 것이다.

◇금 김치 프리미엄 7%대로

국내 금값이 국제 시보다 높은 상황은 9월 중순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8월에는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월평균 1% 미만 높았지만, 9월에는 이 차이가 3.29%로 올랐고 현재는 7%대까지 벌어졌다. 거래소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KRX 금 시장엔 금을 직접 생산하거나 수입·유통하는 업체가 공급하는데, 입고 과정에서 조폐공사의 품질 인증과 한국예탁결제원 보관 절차를 거쳐야 해 물량 확대에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국내 금값 상승 폭이 국제 시세보다 커졌고, 이를 반영한 국내 금 현물 ETF 수익률도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폭증하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KRX 금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올해 1월 195㎏에서 9월 801㎏으로 늘었고, 10월 들어서는 하루 1000㎏을 훌쩍 넘기며 1일 1922㎏, 2일 1522㎏이 거래되는 등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2월에도 프리미엄 급락… 투자자 손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금 ETF 투자 열기가 자칫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 현물 ETF는 KRX 금 시장 시세를 기초로 지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될수록 ETF에도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2월에도 김치 프리미엄이 급등했다가 급락하며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사례가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전 세계 금이 미국으로 몰렸고, 한국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20%가량 높아졌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프리미엄은 빠르게 축소됐다. 국제 금값 대비 국내 금값 괴리가 정점에 달했던 2월 14일 ACE KRX 금현물 ETF는 2만3370원까지 올랐지만, 한 달 뒤인 3월 13일에는 1만9730원으로 떨어지며 15.6% 급락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투자자 유의 안내를 내고 “국제 금 가격 대비 국내 금 가격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안내를 지속하는 동시에, 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운용사들의 ETF 마케팅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 현물 ETF 운용사들은 현재 투자자가 ETF 매수를 인증하면 치킨이나 피자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게 당연하지만,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치 프리미엄

김치 프리미엄은 금, 가상 자산(코인) 등 일부 자산의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이나 그 정도를 뜻한다. 최근 국제 금 가격보다 KRX 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금에도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