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한국 주식시장)에 있으면 바보라고 해서 미국 주식이랑 코인만 했더니, 내가 바보였네.”
“3년 물려 있던 삼전(삼성전자) 8만원 되자마자 팔았더니, 역시나 내가 파니 급등하네요.”
주가가 천장을 뚫고 오르면서, 온라인 주식 게시판과 소셜미디어 단체 채팅방 등에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인증 글이 넘치기 시작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주식 게시판 등에도 수익 금액이 찍힌 계좌 내역이나 종목별 수익률 등을 캡처해 올리는 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가 급등에 돈 벌었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늘어날수록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의 ‘포모(FOMO, 자기만 소외되는 두려움) 증후군’도 퍼지는 중이다. 포모는 ‘Fears Of Missing Out’의 단어 앞글자를 딴 조어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의미한다.
코스피200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200 ETF의 한 대형 포털 사이트 종목 게시판에는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대통령 말을 믿고 샀다가 대박이 났다”는 글이,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인버스 ETF의 게시판에는 “나라 경제는 한기가 도는데 주가만 날아가다니, 뭔가 잘못됐다”는 한탄의 글이 올라왔다.
특히 급등세인 삼성전자를 일찌감치 팔아버린 ‘삼전 개미’들은 극심한 포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중순 삼성전자가 7만5000원을 뚫었을 때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팔았다는 직장인 최모(48)씨는 “작년에 8만8000원까지 갔을 때 못 팔았던 게 한이라, 이번에는 본전이 되자마자 팔았다”며 “그런데 역시나 내가 팔고 나니 급등하고 있어 너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대통령까지 주식 수익 인증에 나서면서 포모 신드롬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통령실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 대통령의 ETF 평가 이익은 1160만원으로, 26.4% 수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대선 직전인 5월 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형 ETF에 각각 2000만원 등을 투자했는데, 주가지수가 오른 덕분에 단 4개월 만에 큰 수익을 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