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월급일마다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던 이모(30)씨는 이번 연말 상여금이 나오면 미국의 대표적인 배당주 ETF인 ‘슈드(SCHD)’에 목돈을 넣어볼 예정이라고 한다. 이 씨는 “이전까지는 연금 계좌를 활용해 투자해왔는데, 해외에 직상장된 ETF는 이 계좌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고민”이라며 “ETF마다 절세 방법이 다르다고 해 알아보고 있는데 복잡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ETF 시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ETF별로 과세 방식이 투자 구조에 따라 제각각이라 투자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정 경우에서는 국내 시장에 상장된 ETF가 세제 측면에서 해외에 상장된 ETF보다 불리한 ‘과세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별로 소득 상황이나 투자 계좌를 꼼꼼히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ETF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고소득자는 해외 상장 ETF가 유리
보유 자산이 많은 고소득 투자자일수록 해외 ETF에 투자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같은 해외 주식을 담은 ETF에 투자하더라도 국내 상장인지, 해외 직상장인지에 따라 세금 부담은 배 이상 차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S&P500와 해외 직상장된 SPY ETF를 비교할 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고소득자의 경우 후자가 더 절세에 유리하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일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으로 분류돼 최대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각종 혜택에서 탈락된다. 때문에 고소득자일수록 최대한 배당소득을 낮추려 하는데, 해외 상장 ETF는 매매차익이 양도소득으로 분리과세(22%) 되고 분배금만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는 이점이 있다. 반면 국내 상장된 해외 주식형 ETF는 매매차익과 분배금 모두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배당소득이 더 크게 잡힌다.
이에 따라 고소득 투자자일수록 해외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보유자산 상위 10%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 해외 상장 ETF 보유 비중은 44%로 다른 그룹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상위 11~20% 투자자 그룹은 4%, 상위 21~30% 투자자 그룹은 2%에 불과했다.
◇연금 투자자도 세금 줄이려 해외 ETF 行
연금계좌(IRP, DC형 퇴직연금 등) 등 절세 계좌를 활용하는 투자자도 국내 주식형 ETF보다는 해외 주식형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 주식형 ETF를 일반 계좌에서 투자하면 연 250만 원 초과분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연금계좌로 보유하면 연금 개시 이후 3.3~5.5% 수준의 연금소득세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주식형 ETF의 경우, 일반 계좌로 투자할 경우 세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연금 계좌 투자가 오히려 손해다.
다만 연금계좌로 해외 주식형 ETF에 투자했을 때, 중도 인출하거나 연금 외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에는 세율이 높아질 수 있다. 해외 증시에 직접 상장된 ETF는 절세 계좌로 투자할 수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국내 상장된 ETF라고 하더라도 레버리지, 인버스, 원자재 ETF 또한 절세 계좌로 투자할 수 없다.
◇소액·단기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형 ETF로
국내 ETF가 유리한 경우도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아닌 소액 투자자거나 단기 투자자라면 국내 주식형 ETF를 일반계좌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국내 주식형 ETF는 매매차익에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형 ETF를 연금계좌로 보유할 경우, 오히려 연금 수령 시점에 추가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F는 유형별로 과세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투자자가 불필요한 혼선을 겪을 수 있다”며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면 복잡한 과세 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