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지난달 7.5% 오르며 2005년(12.7%) 이후 9월 상승률로는 최고치를 기록하는 ‘역대급’ 강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유독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자동차주다. KRX 자동차 지수에 포함된 20종목 가운데 17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9월 한 달 이 지수는 5.1%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봐도 자동차주의 부진은 두드러진다. 지난달 3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0위 이내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7개 기업 가운데 3개가 자동차 관련주다. 시총 7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 현대차가 이달 2.3% 내린 것을 비롯해 12위 기아와 18위 현대모비스도 각각 4.8%, 6.3% 내렸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업종의 부진 원인으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교착을 꼽는다. 한국과 미국은 완성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지연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노조 문제 등이 겹치면서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며 “냉정과 열정이 모두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실적 전망도 어둡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5% 관세율이 이어지면서 완성차와 부품사 모두 관세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며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95% 줄어든 2조6876억원, 기아는 15.89% 감소한 2조4235억원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관세 변수’만 해소되면 자동차주의 반등 여력이 크다고 본다. 정부가 관세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인 만큼, 서명이 이뤄질 경우 단기적으로 업종 전반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귀연 연구원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 이익 추정치 상향과 밸류에이션 할인 축소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1조3000억원, 8100억원가량 상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으로 저평가가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관세 서명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 상승 여력은 단기 10%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