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사주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남강호 기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되면서 증시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각이 의무화되면 주당순이익(EPS)이 늘고 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자사주 취득 유인이 줄어 주주 환원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기업들은 소각 의무화 가능성을 앞두고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EB)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EB를 발행한 기업은 38곳(유가증권시장 12곳, 코스닥 26곳)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투자자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원금 대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직접 처분하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EB 발행을 둘러싼 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추진하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법원에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논란이 커지자 태광산업은 발행을 잠정 보류하고 이달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KCC 역시 지난달 24일 자사주 9.9%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 계획을 공시했지만,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자 불과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 가치 제고 촉매”

1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총액은 84조3380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의 3.1%에 달한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액도 9조1690억원으로 시총의 2.1% 수준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코스피 EPS는 약 3.2%, 코스닥은 약 2.1% 개선된다”며 “소각 비율을 90~95%로 낮춰도 코스피는 2.9%, 코스닥은 2% 내외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당순이익 뿐만 아니라 자사주 취득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한 종목은 단기적(2~5 거래일)으로는 시장수익률을 1~3.8%포인트 웃돌았고, 장기적으로는 공시 이후 6개월간 시장수익률보다 11.2~19.66%포인트, 1년간 16.4~47.9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제로 올해 초 7만원대 후반이었던 SK스퀘어 주가는 지난 3월 1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재 20만원을 넘어섰다. 이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발표가 투자자에게 강력한 신호효과를 줘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EPS 개선을 넘어 주주가치 제고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소각 의무화는 과도한 규제…취득 유인 약화”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주주환원에도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할 유인이 줄어들고, 반복적인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는 그간 단순 소각 외에도 자금 조달, 구조조정, 임직원 보상 등 다양한 경영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의무 소각이 도입되면 이러한 활용 범위가 축소돼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소각에 따른 단발적 주가 상승에만 매몰될 경우 오히려 장기적인 자기주식 취득 효과를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주주 이익 제고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