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AP 연합뉴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인수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가 미국의 석유·가스 회사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자회사 옥시켐(OxyChem)을 100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옥시켐은 수질 관리에 필요한 염소(鹽素) 제품 등 화학 물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WSJ는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2022년 버크셔가 보험사 앨러게니를 11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이래 가장 큰 계약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화학 분야로는 2011년 특수 화학제품 생산업체 루브리졸을 10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다.

버크셔와 옥시덴털의 인연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옥시덴털이 정유 업체 아나다코 페트롤리엄 인수를 위해 셰브론과 경쟁했는데, 버크셔는 옥시덴털의 우선주 100억달러어치를 매수하며 옥시덴털 측을 지원했다. 이후 버크셔는 꾸준히 옥시덴털의 지분을 매입해 옥시덴털의 최대 주주가 됐다. 옥시덴털은 550억달러에 아나다코를 인수한 이후 큰 부채에 시달려 왔다고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최근 몇 년간 버크셔가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이유로 현금 보유량을 늘려가던 가운데 공개돼 더 화제가 되고 있다. 버핏은 미국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를 거듭 경신하는 상황에도 추가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엔 17년 만에 중국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 지분을 전량 매각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버크셔는 2008년 9월 BYD에 2억3000만달러를 처음 투자했는데, 투자 기간 동안 BYD 주가는 3890% 상승했다. 버크셔는 같은 기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지분 약 40억달러어치도 매도했는데,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계약은 버핏이 은퇴 전 마무리하는 마지막 기업 인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버핏은 지난 5월 올해 안에 버크셔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그레그 아벨 버크셔 부회장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