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뽑은 직원이 일을 제법 잘해서 계약 종료 시 정규직 전환을 제안했는데도 거부하더군요. 알고 보니 실업급여를 받아 유럽 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40대 회사원 이모 씨)

“간호조무사를 채용해도 실업급여 받겠다며 금세 그만둬서 골치가 아픕니다. 새로 뽑으면 나가고, 다시 뽑으면 또 나가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빌런’을 피할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어요.”(병원 관계자 A씨)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실업급여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면서 제도 개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업급여는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근로자가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면 일정 기간(최대 270일) 현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아도 받는 금액이 일을 할 때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근로 의욕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6일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하한액도 크게 뛰었다”며 “올해 기준 하한액은 월 193만원으로, 상한액의 97.3%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한액이 적용된 실직자의 실업급여인 월 193만원은 세후 실수령액 기준으로는 최저임금(187만원)보다 오히려 높다.

✅3회 이상 반복 수급자 11만명 돌파

또 다른 문제는 실업급여 수급액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자격 요건은 2000년 이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는 기준 기간 18개월, 보험 기여 기간 180일(약 7개월 근무)만 채우면 수급이 가능해 반복적인 실업급여 수령을 막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세 차례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 수급자’는 작년에 11만명을 넘어섰지만, 수급 횟수나 금액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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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의 재정 건전성도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은 99.7%에 달해 사실상 ‘신청하면 다 받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년퇴직자에게까지 구직급여가 지급되고, 효과가 불분명한 조기재취업수당 유지 등도 문제로 꼽혔다.

여기에다 출산·육아 정책 비용까지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모성보호급여 지출액 2조6000억원 가운데 국고 지원은 15.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충당됐다.

경총은 개선 방안으로 구직급여 하한 폐지, 수급 요건 강화(기준 기간 24개월·기여 기간 12개월), 반복 수급자 제재 강화, 조기 재취업 수당 축소·폐지, 모성 보호 사업의 일반회계 이관, 현장 수요 기반의 직업 능력 개발 사업 개편 등을 제시했다.

경총 관계자는 “관대한 실업급여 제도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며 “제도 취지를 살리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