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중국 대표 테크 기업 알리바바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미국의 테크 기업 전문 투자자가 4년 만에 중국 빅테크 투자를 재개하면서, 최근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미국 테크주 대신 중국 테크주 투자가 유망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그룹 본사./로이터·연합

23일 블룸버그는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 회사가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두 개가 전날 1630만달러(228억원) 규모의 알리바바그룹 미국 ADR(주식예탁증서)을 매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의 알리바바 투자는 2021년 9월 이후 4년 만이다. 블룸버그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이번 매수는 최근 알리바바 그룹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며 “2021~2022년 중국 인터넷 관련주 폭락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기술주 투자를 재개하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이진영

◇뛰는 M7 위에 나는 中 테크

2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연례 인공지능(AI) 개발자 콘퍼런스를 연 알리바바는 AI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과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의 협력 계획 등을 발표했다. 앞서 알리바바는 3년간 3800억위안(약 75조원) 이상의 AI 및 시설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우융밍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금액이 이보다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와는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소식에 이날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거래소에서 9.2% 급등해 4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111%에 달한다.

연초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업 ‘딥시크’가 시장에 충격을 준 이후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테크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미국 기업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미국 대표 테크주 일곱 개를 모아 놓은 상장지수펀드(ETF)인 ‘라운드힐 매그니피선트 세븐 ETF’(티커명 MAGS) 상승률은 올해 17% 정도다. 그런데 중국 기술 기업 157개를 모아 놓은 ‘인베스코 차이나 테크 ETF’(CQQQ)의 상승률은 43%에 달한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항저우 알리바바 콘퍼런스에 참석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알리바바의 주력 인공지능 모델인 ‘큐원3-맥스’는 GPT-5와 클로드 오푸스 4를 능가한다”며 “알리바바는 세계 3대 AI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올해 중국 빅테크 3사(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의 AI 관련 설비 투자가 32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中 테크 기업에 투자하려면

한국에도 중국 인공지능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해외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위안화로 본토 혁신 기업 전용 시장인 과창판과 차이넥스트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ETF가 최선의 방법이다. 과창판 지수 등 주가지수에만 연동되지 않고, 펀드매니저가 자신만의 시각을 통해 종목을 골라 담는 ‘액티브 ETF’들도 최근 성과를 내는 중이다.

지난 5월 상장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차이나AI테크액티브’ ETF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43.9%로 중국 테크 액티브 ETF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AI테크액티브’(42.4%),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 차이나일등기업포커스10액티브’(31.1%),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차이나AI빅테크TOP2+액티브’(7월 29일 상장 이후 18.2%)가 뒤를 잇는다.

펀드 매니저가 수시로 종목을 넣고 빼는 액티브 ETF인 만큼, 구성 종목과 비율에 따라 수익률이 갈린다. 최근 급등하는 알리바바 비율이 가장 높은 상품은 ACE ETF로, 알리바바 비율이 한 종목 허용 한도 최대치인 25%까지 꽉 차 있다. 수익률 1등을 달리는 타임폴리오 ETF는 알리바바(8.3%), 글로벌 광모듈 1위 업체 이노라이트(5.8%), 로봇 기업 유비테크 로보틱스(5.6%) 등 AI 산업 관련 기업이 폭넓게 담겼다.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국 기술주는 미국 대표 AI 기업들보다 상대적 가격이 낮은 데다 AI 자립화 정책을 기반으로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