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에서 10승을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 발테리 보타스가 다음달 12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AMG 스피드웨이에서 W13 머신을 타고 달린다. 국내에서 13년만에 열리는 F1 경주차 쇼런(showrun·시범주행) 이벤트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은 23일 ‘피치스 런 유니버스 2025’를 통해 12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메르세데스-벤츠 300SL 등 희귀 차종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해 삼성교통박물관이 소장한 차량 등이 공개된다.

여인택 피치스 대표

이 행사를 개최하는 곳은 국내에서 자동차 문화 사업을 하고 있는 여인택 피치스 대표다. 피치스 성수 매장으로 성수동을 힙하게 만들고, 원유니버스페스티벌로 팝스타 찰리 푸스를 헤드라이너로 세운 그는 왜 F1 쇼런을 기획하게 된 것일까. 24일 공개된 조선일보 경제부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가 만난 사람’을 통해 밝혔다.

<1>성수동 다음의 팝업 성지는 도산?

피치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 그룹이다. 주유소사업인 ‘피치스 에너지’, 다양한 공연 제작을 하고 있는 마케팅 대행사 ‘컬쳐클럽 컬렉티브’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피치스를 대중에게 유명하게 한 건 서울 성수동에 있는 분홍색 건물이다. 이 건물을 중심으로 디올 팝업스토어 등이 들어오면서 여 대표는 성수동을 ‘힙하게 만든’ 장본인이 됐다. 여 대표는 “자동차 튜닝 문화를 폭력적이거나 폐쇄적으로가 아닌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양지화시키고 싶었다”며 “이전까지는 온라인에서 협업 등을 했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 대표가 염두한 첫 조건은 서울 한복판이었다. 대부분 자동차 관련 콘텐츠가 교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오픈 당시만 해도 성수동은 다른 지역보다 저렴했고, 자동차 정비소와 공장들이 있어 어느 지역보다 종합적인 경험을 주기 좋았다”고 말했다.

여 대표가 생각하는 성수동의 장점은 힙플레이스면서도 회사들이 모여있는 오피스타운이라는 것이다. 그는 “성수동은 엔터테인먼트, 패션, 뷰티 콘텐츠 등 크고 작은 다양한 회사들이 포집돼 있다”며 “(그렇기에 성수동 시대는) ‘오래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 대표가 그 다음으로 보는 팝업 성지는 도산공원이다. 피치스 도산도 오는 10월 오픈을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도산공원 쪽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대형매장을 열면서 임대료 등이 오르고 있다”며 “피치스 도산에는 오준탁 셰프와 하는 식당, 크림 등과의 협업 매장 등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2>페스티벌 사업 첫 해에 50억원을 잃다

하는 것마다 성공하는 것 같았던 여 대표의 첫 실패는 페스티벌 사업이었다. 첫 해에 50억원의 적자라는 큰 손해를 입은 것이다.

“페스티벌이야 말로 음악·패션 등 모든 걸 담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처음이었기 때문에 첫 해 50억원이라는 무시무시한 손해가 났죠. 그래도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고 해를 거듭하면서 손실은 줄고 수익이 나기 시작하더니 작년부터는 손실을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 더 많은 파트너들이 들어오면서 규모도 커졌고요. 수익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3>F1 부자들의 스포츠에서 대중들의 스포츠로

최근 F1은 영화 ‘F1 더 무비’가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고, 넷플릭스 ‘본능의 질주’가 큰 인기를 얻을 뿐 아니라, 쿠팡플레이가 F1 중계를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여 대표는 부자들의 스포츠였던 F1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F1팀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부자들의 전유물이죠. 선수들의 연봉부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거든요. 인기 선수인 막스 베르스타펜의 연봉만 800억원이 넘어요. 차량 개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측정 불가고요. 그러나 최근 F1이 오락적인 요소를 늘리면서 대중적인 인기가 증가하고 있어요. 선수들의 강력해진 팬덤도 인기 요소 중 하나고요. 지난해 글로벌 명품 그룹 ‘LVMH’이 F1과 글로벌 파트너십 계약 체결하며 패션적인 요소를 늘리고, 최근 블랙핑크 로제 등과 협업 등 K팝과 연계가 늘어난 것도 대중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28살에 피치스 법인을 설립해 다방면으로 규모를 키워나가는 여 대표에 여러 소문이 많았지만, 그는 법조인 집안에서 보수적으로 자랐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법조인으로 어릴 때부터 목표가 여 대표도 법조인이었지만, 그의 할머니가 SK그룹 창업자인 최종건 선대 회장의 둘째 누나로 어릴 때부터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SK와 연관이 됐던 건 아니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지만, 어릴 때부터 창업주분들의 비전이나 기업을 이끌어가는 걸 많이 듣고 자랐기에 지금 사업을 하는데도 더욱 열심히하도록 생각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여 대표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youtu.be/jHrJn9_lgK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