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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둔 박모씨는 최근 자산 정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5년 전 매입한 미국 애플 주식과 국내 상장 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ETF) 모두 수익률만 따지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문제는 세금이다. 그냥 매도하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배우자에게 증여한 뒤 매도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같은 해외 투자 상품이라도 해외 주식·해외 ETF와 국내 ETF의 과세 체계가 서로 달라 어떤 자산을 증여해야 유리할지 판단도 쉽지 않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은 박씨처럼 단순히 수익률뿐 아니라 세제 효과까지 고려하며 전략을 세운다. 특히 ETF의 대중화로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세금 차이가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ETF의 종류에 따라 과세 체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액 투자자는 국내 ETF가 유리

해외 주식과 해외 ETF의 매매 차익은 양도소득으로 분류된다. 연간 250만원까지는 기본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초과분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양도소득세율로 부과된다. 다른 해외 주식 손익과 통산해 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종목에서 1000만원 이익이 나고 다른 종목에서 750만원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상계한 뒤 남은 250만원까지 공제받아 양도세가 사라진다.

그래픽=김현국

반면 국내 ETF는 펀드로 분류돼 매매 차익과 분배금 모두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된다. 연간 금융 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예금·채권·펀드 등 다른 금융 소득과 합산돼 최고 49.5%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25년 한 해 동안 해외 주식형 국내 ETF에 1억원을 투자해 차익 3000만원을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배당소득세 약 462만원(15.4%)이 원천징수된다. 또 연간 금융 소득이 합산 2000만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49.5% 세율까지 적용될 수 있다.

결국 금융 소득이 많은 고액 투자자에게는 해외 주식, 해외 ETF가 상대적으로 절세 효과를 준다. 국내 ETF는 단순 원천징수로 끝나 소액 투자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해외 주식, 증여 후 1년 이상 보유

해외 주식과 해외 ETF에는 양도소득세 이월 과세 규정이 적용된다. 이는 증여받은 자산을 단기간에 매도할 경우, 증여 당시 시가가 아니라 증여자가 실제로 매입한 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계산하는 제도다. 단기 매매를 통한 양도세 회피를 막기 위한 장치다.

세법 개정으로 2025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는 이 규정이 더욱 강화된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해외 주식이나 해외 ETF를 증여받은 뒤 1년 안에 매도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없고 증여자의 취득가액이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1년 이상 보유해야 증여 당시 시가가 취득가액으로 인정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즉 증여 후 보유 기간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1억원에 매입한 테슬라 주식이 6억원으로 올랐을 때 아내에게 증여하고 곧바로 매도하면, 과거에는 증여가액인 6억원을 기준으로 양도세가 계산됐지만 이제는 취득가액 1억원이 적용된다. 이 경우 양도 차익 5억원에서 기본 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4억9750만원에 대해 22% 세율이 부과돼 약 1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해외 주식이나 해외ETF는 반드시 1년 이상 보유해야 증여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국내 ETF는 이월 과세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배우자에게 증여 후 수증자가 1년 내 매도하더라도 증여 당시 시가가 취득가액으로 인정된다. 같은 해외 주식형 ETF라도 국내 상장 여부에 따라 과세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건보료에 영향 주는지도 중요

해외 주식과 해외 ETF는 증여 과정에서는 과세되지 않는다. 실제 매도 시점에만 양도세가 부과되므로 세금 납부가 뒤로 미뤄지는, 이른바 세금 이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ETF는 증여 시점에 이미 과세가 발생한다. 계좌에서 자산이 출고되는 순간까지 발생한 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현국

해외 주식은 증여일 전후 두 달, 총 네 달간의 종가 평균으로 증여가액을 산정한다. 따라서 특정 시점의 급등, 급락이 있더라도 장기간의 평균 가격이 반영된다. 해외 ETF는 주식처럼 평가 기간을 두지 않고 증여일 현재 거래소의 기준 가격 등을 적용한다. 만약 증여일 현재 기준 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환매 가격 또는 최근 가장 가까운 날의 기준 가격을 적용한다. 매도 단계에서는 해외 주식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 규정을 따른다. 즉, 증여 시점에는 ETF 기준을 따르지만 매도 시점에는 해외 주식 규정이 적용되는 이중 구조다. 국내 ETF 역시 증여일 현재 기준 가격을 적용한다. 다만 해외 ETF와 달리 매도 시에도 ETF로 분류돼 과세 체계가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해외 주식과 해외 ETF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은 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금을 내더라도 보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퇴자나 고액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국내 ETF 소득은 금융 소득으로 분류돼 연간 1000만원을 초과하면 지역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에 반영된다. 은퇴를 앞두고 소득 규모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세금뿐 아니라 건보료 부담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투자 수익률보다는 세금과 건보료까지 함께 고려해 자산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결국 절세 전략은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지가 아니라 세법을 얼마나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