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김모씨는 요즘 부쩍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느낀다. 김씨는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은 친구도 있어 이러다 덜컥 나도 치매가 오는 건 아닌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보험을 들려니 막상 어떤 보장이 필요한지 잘 몰라서 고민스럽다”고 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 김씨처럼 가족의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치매 특약’을 추가할 수 있는 보험이 늘고 있다. 보험 업계에선 “고령화 심화로 요즘 보험은 ‘치매’나 ‘간병’ 이름이 붙어야 잘 팔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의 65세 이상 치매 추정 환자는 지난해 약 105만명으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겼다. 2030년에는 14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 한 명당 간병 비용은 연간 2000만원이 흔히 넘어,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령 인구가 많아져 치매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은 한국이 올해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40년에는 34.3%, 2050년에는 40.1%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로 실종 시 보험금 지급
치매에 따른 사고나 지출에 대비하려는 이가 늘어나는 가운데 흥국화재는 최근 치매 환자 실종 시 보호자에게 보험금을 주는 ‘치매 환자 실종 신고 피해 보장 특약’을 출시했다. 치매 보험 상품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치매에 걸려 실종됐을 때 보호자 한 명에게 20만원을 준다. 다만 처음 한 번만 보험금을 탈 수 있고, 보호자는 실종 시점에 치매 환자와 같이 사는 민법상 친족이어야 한다.
최근엔 특히 초기 치매 보장을 강화한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초기 치매인 경도 인지 장애 진단 시 전문 강사가 가정을 방문해 인지 교육을 해주는 보험 상품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초 ‘KB골든케어 간병보험’에서 임상치매등급(CDR) 척도 검사 지원비를 연 1회 보장하는 특약을 선보였다. CDR은 치매 중증도를 평가하는 검사다. 검사비는 약 5만~20만원이다.
◇‘꿈의 치매약’ 치료비 보장
흥국화재가 최근 출시한 ‘가족 사랑 간편 치매간병보험’은 업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치료비를 보장한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세계 첫 표적 치매 약물이다. 한국에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연간 수천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상품은 이 치료비를 최대 1000만원까지 보장하는데 출시 한 달 만에 매출이 17배 뛰었다.
삼성화재는 올해 하반기 혁신 상품으로 ‘보험 2치(治)’를 밀고 있다. 중증 질환(암·뇌혈관·허혈성심장·특정순환계질환) 치료비와 치매 진단비를 특약 하나로 보장한다. 가입자가 선택한 연령(75세 또는 80세)에 따라 보장 비율이 달라지도록 설계해 보험료는 종전 대비 15~30%로 낮췄다.
치매 보험이 쏟아지며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손해보험사의 치매 및 장기 간병보험 초회 보험료는 82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87억 원)보다 20% 늘었다. 이미 작년 한 해 초회 보험료(963억원)의 85%를 올해 상반기에 채웠다. 초회 보험료는 상품 가입 후 첫 달에 내는 보험료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가 더 심해지면 단순히 치매 진단비와 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넘어, 치매 환자가 일으킨 사고의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 등 새로운 상품이 더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치매 환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치매 환자가 배회하다 발생한 사고 등을 배상하는 책임보험이 활발하다. 지난 5월 기준 일본 80여 지방정부가 치매 피해와 관련한 보험 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