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하다면, 새로 나오는 신상품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달 증시에 데뷔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엔 배당을 앞세운 상품들이 유독 눈에 띈다. ‘국민들이 배당을 받아야 생활비로 쓸 수 있다’는 등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발언이 이런 흐름에 불을 지폈다. 시장에선 배당 확대가 ‘신(新) 투자 공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1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조2500억원이 몰렸다. 국내 고배당 ETF는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우량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이상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고, 한 번 매수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어 편리하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주주 환원 정책 강화와 세법 개정안에 포함됐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늘고 시장도 커지면서 국내 고배당 ETF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고배당 ETF는 월(月) 배당은 기본이고, 여기에 다양한 장치를 장착해 투자자 입맛을 사로잡는다.
✅자사주 매입·소각 기업에 집중 투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배당주 ETF 가운데 처음으로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상품이 나왔다. 주인공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 ETF. 13년 전 출시된 장수 상품이지만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몸집이 450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6월 1조원을 넘어선 뒤 현재는 1조6240억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1년 수익률은 약 37%에 달하며, 매달 78원의 분배금을 지급해 배당 수익률은 연 4% 수준이다. 현재 포트폴리오 상위에는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DB손해보험, 기아, 현대차 등이 포진해 있다. 종목은 6월과 12월 두 차례 교체한다.
지난 16일에는 ‘PLUS 자사주매입 고배당주 ETF’도 새롭게 상장됐다. 기본 구조는 기존 고배당주 ETF와 유사하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도 투자 대상으로 포함했다. 자사주가 줄면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해 지분율과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이다.
상장 첫날에만 개인 투자자들이 326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선전했다. 주요 편입 종목은 고려아연, 미쓰토홀딩스,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현대차 등이며, 종목 변경은 연 2회(6월·12월) 이뤄진다.
✅美 성장주로 플러스알파 사냥
지난 2일 상장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한국고배당&미국AI테크’ ETF는 안정적이지만 성장성이 부족한 한국 배당주의 약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국내 고배당주를 70% 담고, 성장성이 높은 미국 AI 테크주를 함께 편입한 이른바 ‘하이브리드 ETF’다.
국내 고배당주는 코리안리, LG유플러스, 기업은행, NH투자증권, 제일기획 등으로, 5년 이상 꾸준히 배당을 이어온 종목이 중심이다. 시가 배당률은 연평균 3.6% 수준인데, 총수익률은 최근 5년간 20.1%로 같은 기간 미국 S&P500(16.6%)을 웃돈다.
키움운용 측은 “한국에서 경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달러 자산이 환율 효과를 통해 수익률 방어에 기여할 수 있다”며 “국내 투자로 손실이 생기면 해외 투자 이익과 합산해 손익 통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당 수익률 연 6%대 목표
오는 23일 상장하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코리아고배당’ ETF는 새 정부의 배당 강화 기조에 발맞춘 상품이다. 예상 배당 수익률이 높은 국내 종목 20개에 더해, 감액 배당을 실시하는 10개 기업을 담아 총 30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감액 배당은 기업이 이익으로 배당을 주는 일반 방식과 달리, 자본준비금을 활용해 배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비과세 혜택이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배금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상위에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기아, 현대차, 신한지주 등이 포함됐다. 신한운용 측은 전체 종목의 76%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금융지주·현대엘리베이터 등 감액 배당 기업이 22%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세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실질 배당 수익률은 연 6%대에 달할 전망이다. 총보수는 연 0.15%로, 경쟁 상품(0.2%)보다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