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익절.” 지난 17일 한 주식 커뮤니티에는 상한가 따라잡기, 이른바 ‘상따’ 전략으로 하루 만에 큰 수익을 거뒀다는 글이 올라왔다. 상따 전략이란 장중 상한가에 진입한 종목을 그대로 따라 매수해 단기간 추가 상승을 노리는 초단기 추격 매매 기법이다. 이 글 작성자는 “우선주(코오롱모빌리티그룹우)가 ‘쩜상’(개장 직후 상한가 직행)으로 출발해 본주(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상한가 안착이 확실하다고 보고 매수했다”며 “시간외 단일가에서 밀리긴 했지만 이미 익절(이익 실현 매도)했다”고 썼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우선주는 지난 10일부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11일부터 각각 6거래일,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종목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주식 커뮤니티 등에선 ‘상따’ 성공 후기가 퍼지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가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가격 제한 폭이 30%로 확대된 2015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유가증권(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의 단기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상한가 종목을 샀다가 실패할 경우 손실 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40% 가까이 상한가 못 지켜…실패 시 두 자릿수 손실
2015년 6월 15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장중 상한가를 기록한 사례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6224건, 코스닥 시장에서 1만3014건 등 총 1만9238건이었다. 지난 10년간 하루 평균 코스피에서 2.5개, 코스닥에서 5.2개, 합쳐서 7~8개 종목이 장중 상한가를 기록한 셈이다.
투자자들이 이미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을 뒤따라 사는 이유는 “상한가 종목은 다음 날에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회사원 송모(42)씨는 “상한가 가는 종목이 하루에 몇 개 안 되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다음 날에도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란 감(感)이 오면 ‘상따’에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가까지 상한가를 유지한 코스피 종목은 다음 거래일 평균 4.2%, 그다음 거래일엔 평균 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종목 역시 종가까지 상한가를 유지했을 경우 다음 날과 그다음 날 각각 3.5%, 3.9%씩 올랐다.
문제는 장중 상한가로 오르더라도 주식 시장 마감까지 이를 유지한 비율이 코스피 65.6%, 코스닥 62.4%에 그친다는 것이다. 상한가를 지키지 못한 경우 ‘상따’에 나선 사람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컸다. 상한가를 유지하지 못했던 종목들은 당일 평균 10% 이상 하락해 마감했다. 코스피는 상한가 대비 평균 11.6%, 코스닥은 평균 10.8% 급락했다. 특히 하락 폭 상위 10% 종목은 평균 20% 넘게 폭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에 주가가 추가로 내릴 위험도 있다. 장중 상한가까지 갔다가 시장 마감까지 이를 유지하지 못했던 종목들의 다음 거래일의 전일 대비 평균 수익률은 코스피 –1.3%, 코스닥 –1.0%였고, 그다음 거래일에도 각각 –1.4%, –1.3% 추가 하락했다. 즉 상한가에 주식을 샀는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당일 10% 넘는 손실에 이어 이틀, 사흘째까지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상한가 사례 증가 추세… ‘상따’ 유혹도 커져
2020년엔 코로나 팬데믹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다가 반등하면서 상한가 기록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2978건을 기록했고, 2021년 이후로도 상한가 종목은 매년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올해도 주식시장 활황 속에 이미 상한가 기록 사례가 1702건 나왔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지난해(2072건)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상한가 종목이 늘면서 ‘상따’에 나서는 투자자도 함께 증가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업의 본질 가치를 보지 않고 고위험 투자를 하는 이른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이니 현재 행복을 추구하자는 의미)’ 투자자가 늘고 있다”면서 “‘상따’ 같은 투자 방식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