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5% 하락한 3413.40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등이 표출된 모습./뉴시스

“삼전 얼마까지 보니? 작년에 9만원 욕심내다가 못 팔아서 여태 고생했잖아. 이번엔 9만원 가겠니? 더 기다릴까, 아니면 오늘 팔까?”

증권사 이모(43) 차장은 17일 일흔 노모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았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열심히 사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두고 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답했지만, 어머니는 당장에라도 팔고 싶은 눈치였다. 삼성전자 때문에 시퍼렇게 멍들었던 계좌가 이제 막 본전이 됐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던지면(매도) 외국인들이 고스란히 받는(매수)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쓴 이번 랠리에서 개인들은 주가가 오르는 날마다 기록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6월 초 이후 이달 17일까지 개인 순매도(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것) 금액은 약 18조원. 특히 주가가 천장을 뚫고 3400선 위로 올라간 이달 들어서는 9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쏟아내며 순매도 강도가 더욱 거세지는 중이다. 이달 2일부터 1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던 개미들은 17일 주가지수가 1%가량 내리자 2500억원 넘게 순매수를 했다. 여의도에서는 “오르면 본전 되자마자 팔고, 조금 내리면 사는 전형적인 개미들의 투자 패턴이 또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개미들, 주식 왜 던지나

이달 들어 16일까지 개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순매도액 4조5475억원), SK하이닉스(2조520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5014억원) 순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도 삼성전자(순매수액 2조7518억원), SK하이닉스(2조568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456억원)다. 데칼코마니처럼 반전이 꼭 닮았다.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를 외치며 열심히 주가지수를 밀어올리고 있는데도 개인들은 ‘셀 코리아’에 열심인 것은, 2020~2021년 코로나 팬데믹 불장 때 고점에서 ‘물린’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때 저금리 유동성을 타고 국내 증시에 새로 투입된 개인 자금은 약 14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가량이 본전을 못 찾고 있다가 최근 겨우 원금을 회복하면서 속속 털고 나가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파는 개미 물량은 외국인들이 고스란히 받아가며 지수를 밀어올리는 중이다. 외국인 순매수는 이번 정부 출범 이후 14조원에 달한다.

◇개미 행동 4대 법칙

전문가들은 이번 국면에서도 개미들은 돈을 벌지 못한 채 외국인들이 벌고 나가는 것을 구경만 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전형적인 투자 행태가 이번에도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선 비슷한 행태적 편의(bias)가 발견됐지만, 개인 직접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그 특징이 특히 선명한 것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주가 급등기인 2020년 3월~10월 대형 증권사 4곳 20만명 고객의 일별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개미들은 ▲이미 급등한 주식을 뒤늦게 사고(과잉 확신), ▲사서 조금 오르면 금방 팔거나, 내려도 손절하지 못하고(처분효과), ▲극단적인 수익률을 보이는 주식을 쫓고(복권형 주식 선호), ▲떼로 몰려다니는(군집거래) 등의 크게 4가지 경향이 관찰됐다. 특히 연 회전율(거래된 주식 총량을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 1600%로 다른 나라 개미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데, 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은 낮았다. 9월 들어 금·반·지(금융·반도체·지주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개인들은 금·반·지를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처분 효과’가 작동하는 것이다.

◇슬픈 역사, 이번에도 반복되나

전문가들은 개미들이 필패하는 ‘슬픈 역사’가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물려 있던 종목이 본전을 넘어서면 일단 팔고 관망하다가→외국인 주도로 주가 더 오르면→뒤늦게 달려들어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장세를 형성하고→수익을 본 외국인이 털고 나가는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서→꼭지에 다시 물리는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가 급등을 거듭하면서 미국 주식의 주간 순매수액이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국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74조7600억원대까지 불어났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전히 개미들은 기업 분석보다는 수급이나 가격, 그날의 뉴스를 보고 주식을 도박처럼 사고팔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