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7% 치솟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400고지마저 점령했다.
1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 오른 3407.31에 마감,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사상 최고치 연속 경신 기록을 4일로 늘렸다. 이날 상승세는 정부와 여당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보유’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7월 말 세제 개편안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진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힘입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함께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호조, 신산업 규제 완화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북돋웠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올 들어 42% 폭등한 코스피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추가 상승 가능성 속 경계감도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신뢰가 재확인되면서 상승 동력이 회복된 가운데 9월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된다면 코스피는 연말에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과거 경험상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평균 6% 이상 추가 상승했다”며 “특정 종목에 편중된 것이 아니어서 상승의 폭과 기간이 과거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 추가 개정 기대감도 증시에선 긍정적인 요소다. 실제로 이날 HD현대(10.6%), SK(4.7%) 등 자사주 비율이 높은 지주사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9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며 “이는 지수 상승 과정에서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실제 일부 투자자는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348억원이 유입돼 주식형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반면 코스피 상승에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에서는 4401억원이 빠져나가 주식형 ETF 가운데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1421억달러(약 197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9월 들어 10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세가 이어졌다.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상승? 20년래 없었다
과거 경험 법칙을 들어 올해 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최근 20년 사이 2년 연속으로 코스피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 해 크게 오르면 이듬해엔 상승률이 저조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게 대부분이었다는 얘기다. 다만 2003년(29.2%), 2004년(10.5%), 2005년(54%)엔 3년 연속 코스피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상황도 있었다. 당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고, D램 가격이 급등하는 반도체 수퍼사이클까지 맞물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발 고관세로 국제 자유무역 시계가 거꾸로 가는 데다, 국내 성장률은 1%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작년 4분기에 전망한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345조원이었는데, 현재는 전망이 285조원까지 내려왔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재 337조원이지만, 교착 상태인 한미 관세 협상 등을 감안할 때 눈높이가 차차 낮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기업의 이익 증가와 주주 환원 확대 모멘텀이 더해질 때 상승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