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붐’을 타는 대만 경제는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 1위는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 업체 폭스콘이었다. ‘세계의 공장’을 상징했던 폭스콘은 당시 대만 산업 구조를 대표했지만, 이후 TSMC가 폭스콘을 제치고 대만 증시 시총 1위에 올라섰다. 반면 한국 증시에선 2000년 삼성전자가 시총 1위로 올라선 뒤 지금까지 20년 넘게 변함이 없다.
최근 들어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불과 5년 전인 2020년만 해도 두 회사의 시총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세계 AI 반도체 위탁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하는 TSMC의 현재 시총은 약 32조6800억 대만달러(약 1500조원)로 삼성전자(446조원)의 3.4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시총에다 AI 붐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 중인 SK하이닉스(239조원)의 시총을 더해도 TSMC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5년간 180% 넘게 주가가 급등한 TSMC가 대만 증시를 이끌면서 대만 자취안 지수는 같은 기간 98%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27%에 그쳤고, 코스피도 이 기간 40%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지난해 대만 증시 시총은 한국 증시를 추월했다.
게다가 한국과 대만 주식시장의 전체 시총 격차는 올해 들어 더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집계하는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대만 증시 시총은 2조3790억달러로 한국 증시 시총(1조5640억달러)의 1.5배에 달한다. 대만 정부는 지난 7월 2040년까지 인공지능(AI) 인프라에 15조 대만달러(약 71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10대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자국을 ‘스마트 기술 아일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러한 행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