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연기금은 왜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이 낮고 외국 주식만 잔뜩 사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이 발언이 국내 주식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2030년까지 국내 주식, 해외 주식 등 자산별 투자 계획이 세워져 있는 국민연금의 국내 추가 투자를 압박해 주가를 떠받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당장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12일, 연기금은 코스피를 1863억원어치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순매수 기록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전체 보유 자산에서 국내 주식 비율이 작은 점을 거론하면서 “이해가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가 들은 설명은) ‘30년 후엔 인구 구조 변화 때문에 연금의 지출이 많아지면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그때 국내 주식이 폭락하게 된다’고 한다”며 “‘그럴듯한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30년 후 주가가 오른 상태인데 주식을 안 가지고 있으면 손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연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이 낮은 것은 시장에 대한 불신 때문인 것 같다”며 “불신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1269조2000억원의 자산을 주식, 채권 등으로 굴리고 있다. 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개한 포트폴리오(자산 배분) 내역을 보면, 국내 주식에는 189조1020억원(전체 중 14.9%), 해외 주식에는 446조1720억원(35.2%)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029년 말까지 해외 주식은 42%까지 늘리는 한편, 국내 주식 목표 비율은 계속 줄여 13.0%로 낮출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진영

그러나 투자 비율이 줄어든다고 실제 국내 주식 투자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크게 불어나도록 돼 있다. 지난 3월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3년이면 3659조원(연평균 수익률을 5.5%로 가정)으로 불어난다. 이때도 국내 주식 투자 비율이 13%라면 연금이 보유할 국내 주식 보유액은 475조원이 넘는다. 현재 투자하는 금액보다 배가 넘는 286조원어치는 더 사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료율 인상에 따라 (들어오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절대 규모로 보면 앞으로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을 상당 규모 더 사야 한다”며 “연금 인출이 많아지는 시점에 시장에 충격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진영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주식시장이 하나의 큰손 투자자에 좌지우지되는 ‘연못 속 고래’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6.5% 수준이다. 국민연금보다 규모가 큰 일본 공적연금(GPIF)도 비슷한 규모로 자국 주식을 갖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은 세계 전체 주식에서 비율이 6%가량이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1.3%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시장 비율보다 자국 주식을 더 많이 사는 ‘자국 편향(home bias)’ 현상이 훨씬 심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국내 주식 1200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5% 이상을 가져 회사 의사 결정에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종목도 265개에 달한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이 좋으면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지만, 어느 시장이건 늘 좋을 수는 없다”며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가 달린 돈인 만큼,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장기적 원칙에 따라 신중하게 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