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칼라일·블랙록…. 한국투자증권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과 손잡고 국내 투자자들을 해외 선진 투자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 금융사의 상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시장과 국내 투자자를 연결하는 창구 역할로 국내 투자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뉴욕 골드만삭스 본사에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존 월드론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상품 공급 및 마켓 업데이트 자료 공유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첫 결과물로 ‘한국투자 Goldman Sachs 미국 테크펀드’와 ‘한국투자 Global Strategic 글로벌 멀티인컴펀드’가 지난달 말 출시됐다. 이 펀드는 약 3조달러(약 4200조원)를 운용하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테크놀로지 오퍼튜니티스 펀드(Goldman Sachs Technology Opportunities Fund)’에 재간접 형식으로 투자한다. 압도적 성장세를 자랑하는 미국 기술주에 60% 이상 분산 투자하는 데다, 한국에서 골드만삭스의 주식형 상품이 공모펀드 방식으로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설정 첫날에만 2160억원이 몰렸다.
글로벌 멀티인컴펀드는 역외펀드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출시 사흘 만에 판매 금액이 1800억원을 돌파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꾸준한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확인한 사례로 꼽힌다.
세계적 사모펀드(PEF)인 칼라일 그룹과 손잡고 출시한 ‘한국투자 칼라일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펀드’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업 담보대출(레버리지론)을 묶어 유동화한 상품으로 2023년 9월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5회에 걸쳐 1600억원을 모집했다. 한투 관계자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1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CLO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요가 커진 월 지급식 펀드도 다양한 글로벌 운용사와 협업해 공급하고 있다. 블랙록, 아폴로, 맨그룹, 베어링, 스텝스톤 등과 협력해 연 7~8% 수준의 배당을 목표로 하는 상품을 내놓았고, 일부는 설정 직후 완판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고객들이 글로벌 금융사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 한투증권은 하비 슈워츠 칼라일그룹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제프 네델만 글로벌 클라이언트 전략책임자를 초청해 국내 개인 투자자와 미팅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2025 글로벌 자산 관리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채권·주식·사모대출 시장 전망을 공유했다.
글로벌 협력의 성과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글로벌 자산 비율은 2023년 말 10%에서 올해 상반기 17%로 올랐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이 비율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투자자들이 세계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운용사들과 협력을 강화해 고객에게 차원이 다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 금융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