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0일 오후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7% 오른 3314.53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최고가를 경신한 것은 2021년 7월 6일(3305.21포인트) 이후 약 4년 2개월만이다./연합뉴스

지난 7월 중순 3200선을 넘어선 뒤 두 달 가까이 횡보하던 코스피 지수가 10일 역대 최고점을 뚫고 올라섰다. 9일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바깥에서 훈풍도 불었지만, 되살아난 국내 정책 기대감이 강력한 뒷바람 역할을 했다. 정부가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려던 계획을 바꿔서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코스피가 이달 들어 약 3조원 순매수한 외국인 주도로 상승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등 해외 증시에 더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정책 수혜주·반도체주 쌍끌이

지난 7월 말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은 ‘이재명 랠리’에 찬물을 끼얹으며 8월 1일을 ‘검은 금요일’로 만들었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예상보다 높은 35%로 정하는 등의 내용이 악재가 됐다. 그간 대통령이 공약했던 ‘코스피 5000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코스피는 이날 3.88% 급락한 이후 이달 8일까지 급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여권에서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최종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주가가 오를수록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증권주가 8~10일 사흘 새 13.6%(KRX 증권지수 기준) 뛰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까지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25%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주도 상승 탄력을 받았다. 글로벌 AI(인공지능)·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 오러클, TSMC 등이 최근 잇따라 견조한 실적을 발표한 덕분에 10일 삼성전자가 1.54%, SK하이닉스가 5.56% 오르는 등 55개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가 3.03%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을 합쳐 1조원어치 순매수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강세장 속에서 그간 부진했던 한국 증시가 거버넌스 개선 의지와 정책 기대감이라는 내부 동력을 얻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진다면 상승 동력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매도 대기자금 100조…“결국 실적이 관건”

그러나 정책 기대감을 걷어내고 기업 실적만 놓고 볼 때 지금의 주가 수준이 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주식을 빌려 파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투자 기법) 대기 자금이 100조원을 돌파한 게 대표적 징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는 9일 기준 100조8690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다. 장기간 금지됐던 공매도는 지난 3월 말 재개됐는데, 이때에 비해 대차거래 잔고가 35조원 이상 불었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만큼 하락하면 가격이 2배만큼 오르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는 10일 3억6100만주 넘게 거래돼 전체 ETF 중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일명 ‘코스피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상품에 올라탄 것이다.

기업 실적은 뒷걸음질 중이다. 10일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의 2분기(4~6월) 매출액은 작년 대비 0.7% 줄었다. 2023년 4분기(-1.3%) 이후 1년 반 만에 매출이 역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5.1%로 작년(6.2%)보다 하락했다. 3분기 전망 역시 어둡다. 관세 불확실성이 아직 높은 데다, 석유화학 등의 불황이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 경기 체감지수를 집계하는 한국경제인협회는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건설 경기는 침체하는 등 기업들이 수출과 내수 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