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상승세가 주춤했던 코스피가 10일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글로벌 증시 상승 흐름에 재합류했다. 최근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전망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성장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거품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주요 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의 다우평균·S&P500·나스닥지수는 각각 0.43%·0.27%·0.37% 오르며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평균 역시 강세를 이어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 발표로 차기 내각이 내수 부양과 재정 확대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면서다. 일본 증시는 10일에도 0.87% 올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베트남 VN지수도 최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내, 홍콩 항셍지수도 4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글로벌 증시 랠리의 배경에는 각국의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 정책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9월 이후 세 차례 기준 금리를 인하했으며, 올해 남은 기간에도 2~3차례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도 미 증시에서 투자 심리를 개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지난해 6월부터 여덟 차례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계론도 커지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 기술 분야 투자는 GDP 대비 6%에 달한다”면서 “이는 2000년 IT 버블 절정기나 2007년 부동산 버블 정점과 비슷한 수준이며, 2013년 원자재 투자 붐을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수익성이 낮고 고평가된 종목에 투기적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AI 열풍에 도취된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하하면 시장은 더 과열돼 결국 2000년 닷컴 버블과 같은 붕괴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