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국내 주식시장에 불이 붙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가가 오를수록 주식을 팔고 해외 증시 등으로 떠나는 중이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38%로 세계 주요 20국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역대 최고기록을 새로 쓴 10일 하루에만 개인은 약 2조2600억원을 순매도(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것)하는 등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달 10일까지 총 12조8000억원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 2021년 코로나 대유행 때 강세장에서 고점에 물렸다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개미 투자자들이 아직 많은 데다, 미국 주식이나 가상 자산 등 대안을 찾아 떠나는 이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 금액은 최근 2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식을 열심히 파는 동안 미국 주식 등을 열심히 사 모은 결과다. 회계사 윤모(45)씨는 “증권 계좌에서 국내 주식 수익률은 아직도 마이너스(-)인데, 미국 주식이 플러스(+)여서 전체 투자 수익이 간신히 플러스”라며 “앞으로도 기회가 올 때마다 미국 주식은 더 사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 A사 고객 중 이달 5일 기준 국내 주식 수익률이 ‘플러스’인 사람은 27%. ‘마이너스’인 사람이 73%에 이른다.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은 반대다. 같은 증권사 고객 중 해외 주식에서 수익을 보고 있는 사람은 60%, 손실 중인 사람은 40%다. 그만큼 국내 주식에 물려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재명 랠리(강세장)’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정부의 주가 부양 의지에 다시 한번 베팅하는 모습이다. 5~7월 석 달간 한국 증시를 순매수하다가 8월에는 순매도로 돌아섰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순매수로 돌아왔다. B증권사 대표는 “예전과 달리 투자자들이 클릭 한 번에 미국, 일본, 중국, 홍콩 등 더 나은 기회가 있는 시장을 넘나들 수 있는 환경”이라며 “정책 기대감으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랠리가 펼쳐졌지만, 앞으로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다른 시장과 경쟁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