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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박모(57)씨는 요즘 독립한 30대 아들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아직 수입이 많지 않아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여서다. 다행히 박씨는 자택 외에 보유한 소형 아파트에서 월세 수익이 생겨 비교적 소득에 여유가 있다. 박씨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아들을 돕고 싶지만 막상 언제, 어떻게 자산을 이전할지 떠올리면 쉽지 않다. 그는 “당장 회사 운영 자금도 필요하고 노후 준비 역시 간과할 수 없다”며 “나중에 아들이 결혼을 할 때도 도움을 줘야 할 텐데 그때까지 모아두는 게 나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늦어진 독립, 길어지는 노후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5~34세 청년층이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평균 11.3개월이 걸린다. 대학원 진학, 각종 시험 준비, 자격증 공부 등으로 사회 진입 시점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있다. 이 흐름은 결혼 시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00년 29.3세에서 2024년 33.9세로, 여성은 같은 기간 26.5세에서 31.6세로 크게 높아졌다.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 자녀의 생애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부모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녀가 독립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부모의 지원 부담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40~50대에는 미성년 자녀 교육비로 허리가 휘고 60대 이후에도 성인 자녀의 생활비나 결혼 자금 지원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평균 기대수명이 남성 83세, 여성 88세에 이르는 요즘, 부모 세대 역시 30년 이상을 살아갈 노후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무리 없는 선에서 자녀를 도와야 한다. 감정에 이끌린 무조건적 지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 이전의 시기와 방법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이진영

◇신혼부부 3억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

증여의 가장 큰 장점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당한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년 주기로 성인 자녀에게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줄 수 있다. 10년마다 분산해 증여하면 누진세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작년부터 시행된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하면 절세 효과는 더 커진다. 혼인신고일 2년 이내, 또는 자녀 출생·입양 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을 경우, 기존 공제 외 1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초혼·재혼 여부나 출산 순서와 관계없이 적용되며, 입양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인정된다. 특히 이 공제는 수증자(자산을 받는 사람) 기준으로, 부부가 각각 1억원의 공제한도를 가진다. 예를 들어 신랑과 신부가 각각 성년 자녀 공제 5000만원과 혼인 증여재산공제 1억원씩 받으면, 두 명 합산 총 3억원을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

다만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의 경우 수증자 1인당 적용 한도는 평생 1억원이다. 결혼할 때 7000만원을 공제받았다면 이후 출산 시에는 3000만원까지만 추가 공제가 가능하다. 반대로 혼인 시 이미 1억원 공제를 다 받았다면 출산 시점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래픽=이진영

◇증여, 꼭 현금일 필요 없어

사전 증여는 절세를 넘어 ‘어떤 자산을, 어떻게 줄 것인가’까지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자산을 우선 증여해야 유리하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 기준으로 과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지금 증여하면 공제액 5000만원을 제외한 약 9억5000만원에 대해 세율 40%를 적용한 뒤 누진공제 1억원을 차감해 증여세 약 2억8000만원을 낸다. 만약 이 아파트 값이 훗날 15억원으로 상승한다면 증여 시점 이후 늘어난 5억원에 대해선 추가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고 분할이 어렵기 때문에 ‘증여하고 나면 나는 어떻게 살지?’라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같은 의미에서, 현금성 자산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증여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서 증여가 꼭 현금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주식, 가족회사 지분, 공동 소유 형태의 부동산 등도 충분히 증여가 가능하다.

◇특례 제도로 절세 효과

자산 규모가 크거나 법인을 운영 중인 경우라면 보다 다양한 절세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와 창업 자금 증여세 과세 특례 제도다.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는 요건을 충족하면 일반 증여보다 훨씬 낮은 세율(10~20%)이 적용된다. 증여세 과세 가액 기준 최대 600억원 한도에서 10억원을 공제한 후 세율을 적용해 향후 배당 수익 등 미래 소득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효과가 있다.

만약 자녀가 창업을 희망한다면 창업 자금 증여세 과세 특례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제도도 저율 과세를 적용하지만, 사업 목적이 창업 자금에 한정된다. 과세 가액 한도 50억원(신규 고용 10명 이상 시 100억원) 내에서 5억원 공제 후 10% 세율로 증여세가 계산된다.

다만 이 제도들은 사전 요건 충족과 사후 관리 의무가 명확하다. 또 10년 내 증여분만 상속 재산에 가산되는 일반 증여와 달리 가업 승계·창업 자금 특례로 증여한 자산은 시기에 관계없이 무조건 상속 재산에 포함된다.

배우자 및 증여를 받을 자녀들과 사전 증여를 함께 의논하면 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여럿이라면 자산 분배 과정에서 오해나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 사전 증여는 가족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출발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