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모든 고3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담하겠다는 건가요? 차라리 출생신고 마친 신생아부터 가입시키지 그래요.”

정부가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는 ‘고3 국민연금 자동 가입제’를 두고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고3 국민연금 자동 가입은 만 18세가 되는 모든 청년을 국민연금에 자동으로 가입시키는 제도다. 국가가 일정 기간(1~3개월)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이후 청년이 계속 낼지, 중단할지를 선택하도록 설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중 하나여서 정책 실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미 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고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회에도 비슷한 내용으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세 건 발의돼 있다.

2027년 첫 해 대상자는 45만여 명. 하지만 학부모와 청년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데 왜 일찍 가입시키느냐” “세금이 들어갈 텐데 굳이 시행해야 하느냐”는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 정책에 대한 설명 부족이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연금 전문가는 “정부는 청년층의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 미래 수급액을 보장해주려는 취지지만, 국민들은 ‘고갈돼 나중에 못 받을 것’이라는 불안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李 대통령 “이 좋은 제도를 아무도 몰라”

국민연금은 만 18세에서 60세 미만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다만 학생이나 전업주부 등 직업·소득이 없는 경우는 예외다.

그렇다면 정부는 의무 가입 대상자가 아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왜 국민연금에 자동 가입시키려 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8년 12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연금은 일찍 가입할수록 가입 기간이 늘어나 노후에 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많은 국민이 이걸 모른다. 국가가 이런 제도를 만들었으면 국민이 최대한 알게 해 이용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청년국민연금 공약 포스터./조선DB

당시 이 대통령은 만 18세 청년의 첫 국민연금 보험료(9만원)를 경기도가 대신 내주는 정책을 추진했다. 첫 달 보험료를 납부해 가입 이력을 만들면, 이후 추후 납부 제도를 통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어 청년에게 유리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부와의 갈등으로 무산됐다. 경기도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면 다른 지역 청년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좌초됐던 이재명표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 복지 사업은 대통령 취임으로 반전을 맞을 전망이다. 전국에서 시행되면 지역 간 형평성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를 시행할 경우 연간 약 400억원의 국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부터 45만여 명에게 27만원씩 지원

7년 전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언급했던 것처럼, 국민연금은 최대한 일찍 ‘개문발차’해서 오래 가입하고 있을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취업난 등으로 청년층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국민연금 가입 시기는 오히려 뒤로 밀리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70년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27.6년에 불과하며, 은퇴자가 체감하는 노후 연금 수령액은 현역 시절 소득의 30% 안팎에 불과하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충분히 보장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자, 일부 재테크에 밝은 부모들은 자녀에게 ‘연금 씨앗’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일찍 만든 가입 이력이 훗날 노후 보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자녀가 18세가 되자마자 한 달치 보험료만 납부해 가입 기록을 만든 뒤, 나중에 자녀가 마흔이든 오십이든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공백 기간의 보험료를 추후 납부해서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방식이다.

추납은 최대 10년 미만(119개월)까지 가능하며, 자금 사정이 빠듯하면 추납을 하지 않고 원래 연금액만 받아도 된다.

✅10년간 9만원씩 넣으면 평생 月 20만원

그렇다면 국민연금에서 ‘가입 기간’은 얼마나 중요한 걸까. 사례를 비교해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위 그래픽 참고>.

월 9만원씩 20년을 납입한 A씨의 예상 연금은 월 41만원이다. 반면 월 18만원씩 10년을 낸 B씨는 총 납부액은 A씨와 같지만 예상 수령액은 약 31만원에 불과하다. 납입 총액보다 가입 기간이 연금의 크기를 결정하는 셈이다.

또 18세에 국민연금 첫 보험료를 내면 추가 혜택도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만약 18세에 첫 달 보험료 9만원만 내고 납부 예외 상태에서 큰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할 경우, 장애·유족연금을 발생 시점부터 평생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민간 보험에서는 결코 제공할 수 없는 혜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의균

✅추납 늘면 개인은 이익... 재정은 불안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와는 별개로 재정 건전성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청년 국민연금 자동 가입’과 관련해 두 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첫째, 가입자가 나중에 추후 납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개인의 연금 수령액은 늘어나 이득을 보지만,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 안정성은 흔들릴 수 있다.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금 입장에서는 재원이 예상보다 빨리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둘째, 18~27세 무소득자가 첫 보험료를 내고 이후에도 계속 낼 경우 연금액 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이 낮아져서 은퇴자 등 전체 수급자의 연금액은 하향 조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