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시장이 세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미국 주가가 더 오를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상대적 고점에 위치한 것은 분명하며, 투자자들은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 2~3일 KB증권과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Jefferies)가 공동 주관한 ‘코리아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우드 제프리스 글로벌 주식전략 총괄은 3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미국 증시가 역사적으로 고평가된 상황이어서 앞으로 아시아로 투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해선 “급상승 이후 당연한 조정 기간”이라며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선 외국인 자금 유입이 필요한데 실제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우드 총괄은 30년 넘게 아시아 및 글로벌 금융시장을 분석해온 베테랑 전략가다.
-지금 같은 시점에 적합한 투자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의도적으로 약(弱)달러를 추구하는 정책을 내놓는다. 미 정부가 계속해서 달러를 찍어내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장기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광(金鑛) 기업과 비트코인을 넣어 두었다. 달러보다 이들의 가치가 더 안정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금 가격은 역사적 고점에 있지만 계속 오르는 중이고, 그 추이는 한동안 지속되리라고 본다. 금을 캘 때 드는 에너지 비용이 점점 낮아져 금광 업종의 수익성도 좋아진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그만큼 안정적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지난해 말 기준 이미 전 세계 시가총액의 67%를 미국 증시가 차지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엄청난 비중이다. 매출 대비 주가 기준으로 볼 때도 미 주식은 역사적 고점에 있다. 인공지능(AI)만 봐도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 미국의 대형 테크 기업들은 350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AI 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이는 과도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투자는 초거대언어모델(LLM)에 몰려 있는데, 이것으로 범용 인공지능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건 과한 낙관이다. 심지어 AI 대표 수혜주인 엔비디아조차 언제 주가가 반 토막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AI 투자가 줄어들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기업이다.”
-아시아 투자가 늘어나리라고 보는 이유는.
“앞으로 몇 년 간 약세를 이어갈 달러 대비 가장 큰 폭으로 강세를 보일 통화는 아시아 지역 통화일 것이다. 이러한 국면에선 미 증시보단 아시아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 코스피는 횡보 중인데, 외국인 투자자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배당소득세 인하,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한국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코스피가 상승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이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발표만으론 외국인 자금이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지난 정부 때 기업 가치 제고 기대감에 외국인들이 매우 많은 자금을 투자했지만, 그 정책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결국 자금이 모두 빠져나갔다.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확대 등 행동이 따라야 한다.”
-한국 증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분야가 있다면
“기존의 외국인 투자자는 대부분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非)삼성’ 주도 주식들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는 일이 최근에 있었다.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전통적으로 유망하다고 판단되던 한국의 방산·조선업·배터리를 포함해 K뷰티 및 지배구조 개혁이 가시화된 금융 등을 유망한 업종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