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셋째)이 지난달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및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9월에도 코스피 시장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리라는 전망이 많다. 그래서 증권가에서는 지수 전체의 상승보다는 개별 종목을 잘 골라 집중하는 전략을 권한다. 특히 최근 발표된 정부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에서 향후 투자의 방향성을 읽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9월 코스피의 월평균 상승률은 -1.5%로, 1~12월 가운데 가장 낮았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년 이 시기엔 거시 경제 여건과 투자 환경이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미국 잭슨홀 미팅(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 추석 연휴 등 ‘가을 변수’로 투자자들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양진경

이런 계절적 특성 때문에 증권가에선 올해 9월에도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3000~3250선으로, 대신증권은 2950~3300선으로 제시했다. 코스피 3일 종가는 3180이다.

주가를 밀어 올릴 뚜렷한 동력이 부족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 정책이 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분야에선 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ABCDEF’ 첨단 산업에 주목

정부는 최근 공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 ‘기술 주도 초혁신 경제’를 목표로 7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피지컬 AI(Physical AI)’ 분야다. 인공지능(AI)을 소프트웨어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로봇·기계·센서·하드웨어 등 물리적 세계와 결합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김대준 연구원은 “피지컬 AI와 관련된 산업은 로봇이 대표적이며,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도 각각 이와 연관된 상승 동력을 갖춘 주식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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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안의 또 다른 핵심은 연구개발(R&D) 지출이다. 내년 R&D 예산은 올해(29조6000억원)보다 19.3% 늘어난 35조3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 폭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대폭 늘어난 R&D 예산은 이른바 ‘A·B·C·D·E·F’로 불리는 첨단산업 분야별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AI·Bio(바이오)·Contents(콘텐츠)·Defense(방위산업)·Energy(에너지)·Factory(제조업)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국가 전략 과제로 제시했던 분야들이다. 김 연구원은 “이 업종들은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R&D 세액공제 확대, 코스닥 종목 수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R&D 지출 가운데 ‘무형 자산’으로 처리되는 비율은 2021년 4.8%에서 지난해에는 3.9%까지 줄었다. 기업의 R&D 활동이 개발 단계까지 가지 못하면 그동안 쓴 돈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으로 처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R&D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비용이 불어나면서 순이익도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R&D 예산 지원과 세액공제 확대는 기업 실적의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7월 말 세제 개편안을 통해 생성형 AI를 포함한 AI R&D 세액 감면율을 최대 50%까지 확대했다. K콘텐츠 산업에도 신규 세액공제를 도입하거나 기존 공제율을 높여 기업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액공제는 예산 지원보다 기업의 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며 “시가총액이 큰 유가증권시장 종목보다는 코스닥 종목이 큰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코스닥 내 매출액 대비 R&D 지출 비율이 높은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반도체, IT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미디어 등을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