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라는 이름값인가 봅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이른바 ‘2000억 펀드’가 화제다.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요즘, 단 하루 만에 2160억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지난달 29일 출시된 ‘한국투자 골드만삭스 미국 테크 펀드’다.

이 펀드는 약 3조달러(약 420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골드만삭스운용의 ‘테크놀로지 오퍼튜니티스 펀드(Goldman Sachs Technology Opportunities Fund)’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한다. 한국에서 골드만삭스운용의 주식형 상품이 공모펀드 형태로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권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첫 공모 펀드라 그런지 고객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면서 “적립식으로 하겠다며 소액을 가입한 고객도 있지만 한번에 거액을 투자한 고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유입 자금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이 76%로, 법인 투자자보다 훨씬 높았다.

✅IT버블·금융위기 거친 장수 펀드

골드만삭스 테크놀로지 오퍼튜니티 펀드는 지난 1999년 10월 출시된 장수 펀드로, 지금까지 누적 수익률이 1000%에 육박한다. 출시 직후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큰 폭의 손실을 입었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빅테크 주식들의 상승 수혜를 입으며 크게 반등했다.

투자 종목 수는 30~40개이며, 주로 미국의 중대형 기술주에 집중 투자한다. 모(母)펀드 포트폴리오를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아마존, 브로드컴, 애플, TSMC, 스노우플레이크 등이다.

펀드는 다양한 유형으로 출시돼 투자자 선택 폭이 넓다. 원·달러 환율을 고정하는 헤지형,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언헤지형, 그리고 달러 직접 가입형 등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헤지형이 전체의 81%를 차지해 가장 많고, 언헤지형은 13%, 달러 가입형은 6%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 증시는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큰 편이지만 종목별 차별화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펀드는 골드만삭스의 종목 선정 능력에 기대를 건 상품”이라며 “달러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고객들이 많아 헤지형 선택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기준 연평균 총수익률은 17.2%에 달한다./골드만삭스자산운용

✅美 증시 고점 논란·빅테크 편중 우려도

운용업계에서는 단 하루 만에 2000억원 넘게 돈을 모은 이번 공모펀드에 대해 부러움과 동시에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 운용사가 미국 기술주 펀드를 국내 증권사와 제휴해 판매하는 구조라, 현지 투자자의 환매 수요가 해외 투자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현재 미국 증시는 고점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특히 소수의 빅테크 종목이 상승을 주도하는 불균형한 장세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