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는 ‘이그룹(옛 이화그룹)’ 주식들이 정리매매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하며 주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확정된 종목에 대해 7~10일간 가격제한폭 없이 30분 단일가 매매로 마지막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정리매매를 시작한 이아이디는 전 거래일 대비 96.4% 하락한 50원에 마감했다. 전날 정리매매를 시작해 약 90% 하락한 이트론과 이화전기 또한 이날 각각 21.4%, 2.1% 추가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는 이그룹 주식들에 대한 상장폐지 절차를 재개했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1일부터 9일까지 정리매매 과정을 겪은 후 10일 상장폐지가 예정돼 있고, 이아이디의 경우 하루 늦은 2일부터 10일까지 정리매매 후 11일 상장폐지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매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손실을 떠안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리매매는 원래 상장폐지 전 기존 주주들에게 마지막 매도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지만, 대부분 종목들이 첫날부터 폭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정리매매 과정에서도 ‘이그룹’ 세 주식 모두 거래 첫날부터 주가가 90% 가량 하락했다.
가격제한폭이 없는 정리매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폭락 후 폭등’을 노리는 일부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면서 정리매매가 사실상 ‘합법적 도박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21년 거래 첫날 85.7% 급락했지만 셋째 날에는 70% 이상 급등했던 아이엠텍 사례처럼, 극단적인 변동성 속에서 단기간에 큰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거래량 상위 종목 1,2 위 또한 이트론과 이화전기였다. 기존 주주들의 손절 물량 외에도 ‘한탕’을 노리고 들어온 단타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폐지가 결정되기 전에 이미 시장에서는 관련 징후들이 나오기 때문에, 상장폐지 위험성이 있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