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3254.47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이후 한 달간 3100~3200선을 오가는 ‘박스권’에 머물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배당주로 옮겨가고 있다. 1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상장한 ‘KODEX 금융고배당TOP10’ 상장지수펀드(ETF)에 791억원이 몰렸다. 이 외에도 ‘TIGER 코리아고배당다우존스’(786억원), ‘RISE 코리아금융고배당’(719억원),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 TOP10’ 등 다른 배당 관련 ETF에도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선 배당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하다”며 “2012~2016년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보였던 때도 고배당 지수의 수익률(배당 재투자 수익률 기준)이 코스피 전체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계절 효과에 정책·금리 기대감 겹쳐
증권가엔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는 만큼 9~10월은 배당주 투자의 적기다. 배당 지급 기준일이 집중된 연말이 다가올수록 배당을 노린 수요가 몰리며 주가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4년 이후 배당 수익률 상위 20% 기업의 9월과 10월 수익률은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 대비 각각 1.9~2.5%포인트 높았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배당주 투자에 추가 호재가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최고 세율 35%) 방안이 담겼다. 대주주에게 배당에 대한 세금 부담을 낮춰줌으로써 더 많은 배당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다만 이 제도만으로 기업 배당을 끌어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가 확정되었음에도 적극적으로 배당을 늘리려는 기업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배당 ETF에 유입되는 투자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어서 배당 소득세율 추가 조정 검토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회에서는 배당 소득세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액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에 한해 최고 세율을 27%로 낮춰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1일 발의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제출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30%로 낮추는 방안을, 같은 당 김현정 의원은 25%까지 인하하는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이달 16~17일(현지 시각)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배당주 투자 매력을 높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예금·채권 수익률이 줄어 상대적으로 배당 수익이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87%까지 올라갔다.
◇주가 내린 금융주, 배당 매력은 확대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는 연초 2930선에서 7월 중순 4140선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3720선으로 내려왔다. 전통적 고배당주인 금융주가 다수 포함된 이 지수는 상반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 기대감으로 급등했으나 최근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식으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배당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유명간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축소 우려로 은행·증권·보험주가 고점 대비 평균 10%가량 하락했다”며 “주가가 낮아지면 배당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업종보다 개별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배당 성향이 40% 미만이면서 배당 성향 확대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긍정적”이라며 메리츠금융지주·현대글로비스·한화·아모레퍼시픽홀딩스를 배당 확대 기대 종목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