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 사옥./조선DB

최근 기습적인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가 폭락하는 기업이 늘어나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는 회사의 합법적인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이지만, 주식 수가 늘어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겐 악재로 여겨진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오 기업 젬백스는 지난달 29일 코스닥 마감 후 기존 주식 수의 약 16%(670만주)에 해당하는 24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열린 1일 코스닥 시장에서 젬백스는 전 거래일 대비 13.3% 하락한 4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유상증자를 발표한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온과 알에스오토메이션 또한 1일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이 기업들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2.7%, 25.0% 하락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로보티즈 주가는 29일 2.9% 하락한 데 이어 1일에도 3.3% 내려갔다.

유상증자를 할 경우 대부분 기존 주식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요인이 된다. 젬백스는 신주 예정 발행가가 3만7100원으로 발표일 종가 대비 26% 낮은 수준이다. 로보티즈 또한 발표 당일 종가 대비 21% 할인된 7만4100원에 신주 발행가가 책정됐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장사가 주가만 좀 오르면 유상증자부터 한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로봇 기업인 로보티즈·알에스오토메이션은 최근 노동조합의 권리를 강화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등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 기업이 ‘인간 노동자’보다 로봇을 선호하리라는 전망이 퍼지며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었다. 젬백스의 경우 주력 신약 후보 GV100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희귀 의약품 지정을 연거푸 받으며 주가가 상승한 가운데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해 젬백스 주가는 190% 넘게 오른 상태였다. 주가가 올랐을 때 유상증자를 하면 기업 입장에선 비교적 적은 수의 주식을 추가 발행해 필요한 금액을 조달할 수 있다.

유상증자 결정 시 기존 주주의 권익 침해 소지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1년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 주가는 평균 10.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