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브랜드별 주가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명품 소비의 큰손이던 중국 수요가 급격히 꺾이면서, 루이비통, 구찌 등 전통 고가 브랜드들은 주가 하락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반면, 중저가 명품 브랜드들은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저가 명품 브랜드 '코치'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주가로 드러난 명품 시장 재편

28일 기준 루이비통, 디올 등 명품 기업들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의 주가는 연초 대비 –19.5%, 에르메스는 –7.7% 하락했다. 구찌,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의 모회사 케링 또한 –0.4%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코치·케이트스페이드 등의 중저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태피스트리의 경우 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올해 주가 상승률이 56.4%에 달했다. 버버리와 SMCP 또한 각각 37.5%, 77% 상승하며 명품 시장 주식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주가는 실적을 반영하기 나름이다. 실적으로 봐도 명품 시장 재편은 확연하다. 태피스트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분기 매출이 8%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LVMH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약 90억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했다고 했다.

◇ 사라진 ‘큰손’ 중국

고가 명품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 수요가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를 인용해 2020년 중국의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점유율은 20%였으나, 최근에는 약 12%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본토 내 명품 매출은 지난해 2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자국산 상품들이 글로벌 명품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라고 WSJ는 분석했다. 명품 주얼리 까르띠에를 보유한 리치몬트는 최근 회계연도 기준 중국 매출이 –23% 감소했다고 밝힌 반면, 지난해 홍콩에 상장한 중화권 고급 주얼리 브랜드인 ‘라오푸 골드’는 ‘애국 소비’에 힘입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오푸골드의 연초 대비 주가는 약 165% 급등해 시가총액이 150억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 명품주 투자 전략 바뀌어야 하나

전통 강호로 불리던 명품 브랜드들이 흔들리는 사이, 중저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명품주 투자 전략도 재조정되는 분위기다.

유로스톡스 럭셔리 10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명품 TOP10 ETF의 경우, 포트폴리오 내에서 지난 20일 기준 버버리의 비중은 1.59%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버버리의 약진에 따라 지수 내에서도 비중이 조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이 전통 명품주에 대한 ‘저가 매수 기회’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UBS 전략가 앤드루 가스웨이트는 “명품주의 시장 대비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이런 구간에서는 향후 3개월간 76%, 6개월간 100% 시장 대비 아웃퍼폼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