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만 해도 올해 주요 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수익률 ‘압도적 1위’를 달리던 한화그룹주 ETF가 8월 들어 ‘꼴찌’로 추락했다. 조선·방산주의 강세에 힘입어 상반기 내내 독주하던 흐름이 꺾였고, 다른 그룹주 ETF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판도가 뒤집혔다.
한화오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 종목을 담은 ‘PLUS 한화그룹주 ETF’는 올해 들어 7월까지 151.8% 상승하며 단연 돋보였다. 같은 기간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32.7%),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29.4%), ‘ACE 포스코그룹포커스’(21.8%), ‘TIGER LG그룹+펀더멘털’(18.8%) 등을 크게 앞서며 그룹주 ETF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한화만 독주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8월 들어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렀다. PLUS 한화그룹주 ETF는 이달 들어 28일까지 6.8% 하락해 주요 그룹주 ETF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냈다. 두 번째로 부진한 ACE 포스코그룹포커스(-1.7%)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조선·방산 약세에 꺾인 한화 ETF
이 같은 급격한 반전의 배경에는 조선·방산주의 약세가 있다. 해당 ETF는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조선·방산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상반기에는 방산 수출 기대와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이 종목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8월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흘 뒤인 18일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만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이 부각되자 방산주 주가도 흔들렸다. 이달 들어 한화시스템 주가는 13.5% 급락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 한화오션(-2.2%)도 동반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조선·방산 업종의 중장기 전망을 높게 평가한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국제 외교 환경 속 강대국 간 힘의 논리가 강해지고 있어 자국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방산 물자의 가치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계없이 방산 물자 수요는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투자자들은 미국이 단기간 내 조선업 재건을 직접 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됐다. 조선업에서 한국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
◇삼성·현대차는 ‘선방’… 포스코·LG는 ‘부진’
삼성과 현대차 그룹주 ETF는 이달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삼성그룹주 ETF는 삼성전자가 월초 이후 2.5%가량 내렸음에도 2조10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6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이 12.4% 급등한 덕분에 상승세를 보였다. ACE 삼성그룹동일가중, ACE 삼성그룹섹터가중, KODEX 삼성그룹밸류,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KODEX 삼성그룹 등 삼성그룹주 ETF는 이달 2~3%대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현대차그룹주 ETF인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8월 들어 2.3% 올랐다. 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에 자동차·부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걷히자 현대차, 기아 주가가 이달 각각 4.2%, 3.3%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그룹주 ETF인 TIGER LG그룹+펀더멘털은 이달 1.1% 내렸다.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여파로 LG화학이 6% 넘게 떨어졌고, 생활가전 분야 사업 부진으로 2분기(4~6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돈 LG전자 주가도 3% 가까이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포스코그룹주 ETF인 ACE 포스코그룹포커스는 이달 중순까지 4%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이후 주가가 내리며 이달 수익률이 -1.7%에 그쳤다. 이차전지 주원료 중 하나인 리튬 가격 상승 덕분에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반짝’ 강세를 보였다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