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소액투자·정기구매·엔터테인먼트형 방식 등 새로운 형태의 금테크 수단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금 투자 방식인 골드바 구매나 은행의 금 통장, 상장지수펀드(ETF) 외에 투자 수단이 더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 금 가격은 26일 트로이온스당 3420달러 선에서 거래됐는데, 이는 연초 대비 약 28%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S&P500이 약 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이 11% 오른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 요즘 MZ들은 앱으로 직접 금 캔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an)의 ‘차곡차곡 서비스’의 올해 상반기 신규 가입 계좌 수는 9076좌로, 전년 동기 대비 62.3% 증가했다.
이 서비스는 투자자가 설정한 일정 금액으로 매주·매월 자동으로 e-금이나 e-은을 매입하는 정기 적립형 구독형 금투자 방법이다. 적립식 펀드처럼 금값이 비쌀 때는 적게 사고 쌀 때는 많이 살 수 있다. 일정 금액 이상 정기 납입을 하게 될 경우 매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고, 적립한 금을 실물 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특히 이 서비스는 실물 금을 구매하거나 골드뱅크나 금 ETF 등 전통적인 금 투자 방법들과 달리 거래 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5월 서비스가 시작된 후 지난 달 말까지 누적 가입 건수는 3만 203건이다.
게임과 소비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금 투자 방법으로 ‘채굴 앱’도 주목받고 있다. 광고를 시청하거나, 특정 사이트를 방문하는 등 미션 수행을 통해 금을 얻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반 무료 앱 ‘금 캐기’는 게임을 하며 금을 캘 수 있는 앱이다. 가입 시 앱 내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채굴기를 통해 금을 자동으로 적립할 수 있고, 앱 안에서 여러 미션을 달성할 경우 채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획득한 금은 기프티콘이나 실물 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어,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금 수령 인증글도 다수 올라온다.
◇ 전통 금투자 상품도 인기
골드바를 매입하거나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주식처럼 금을 거래하는 방법, 혹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금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등, 전통적인 금 투자 방법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1㎏ 금과 미니금(100g) 등 총 금 거래량은 5264.1㎏으로 전월(4492.7㎏) 대비 17.2% 증가했다.
기존 금융권들은 금 투자 열풍에 발맞춘 새로운 상품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금융권 최초로 금 실물 운용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보유 중인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길 경우, 만기에 감정가 1.5%에 해당하는 운용 수익과 금 실물을 함께 돌려받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ETF 를 통해 금에 투자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에만 ‘SOL 골드커버드콜 액티브’, ‘SOL 국제금’, ‘TIGER KRX 금현물’, ‘KODEX 금 액티브’ 등 금 현물 ETF 4개가 신규 상장됐다.
국내 대표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 ETF의 이달(1~21일) 기준 일 평균 거래 대금은 251억원으로, 지난달(189억원)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해당 ETF에 유입된 자금(631억원)의 절반 이상인 316억원이 최근 일주일 새 몰려, 금에 대한 관심이 단기적으로 더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전문가들 “추가 상승 여력 충분”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가격 상승 추세와 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금 가격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의 에이미 고워 금속 전략가는 지난 20일 블룸버그에 “금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금 ETF 수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 경로라고 생각한다. 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3월 말 금 가격 전망을 3500달러에서 3600달러로, 6월 말 예상치를 3500달러에서 37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