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재취업하지 않고 배당금으로만 살고 싶어요. 그런데 배당을 받으면 세금 등으로 23%가 빠져나간다는데 사실인가요?”(50대 직장인 이모씨)

예비 은퇴자들 사이에서 ‘배당금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당금 생활이란, 퇴직 후 배당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민연금 지급이 시작되는 65세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를 메울 수단으로 꼽히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배당투자, 나는 50에 은퇴했다>의 저자 정영주 씨는 “급여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배당을 받으면 배당소득세 15.4%, 건강보험료 7.09%, 장기요양보험료 0.92%를 합쳐 총 23.41%가 떼인다”며 “누진세율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배당금의 76.59%만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배당금 1000만원을 받아도 실제 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은 약 766만원인 것이다.

더구나 배당금 생활은 은퇴 후 자녀 직장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하려는 노후 전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배당금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진경

✅은퇴 뒤 건강보험료 ‘0원’ 유지법

“피부양자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은퇴를 앞둔 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 대한 것이다. 은퇴 후 직장 다니는 자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재되면,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건강보험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예전에는 은퇴 후 자동으로 배우자나 자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그래픽 참조>.

가령 배당금을 비롯, 이자, 사업, 공적연금, 급여 등을 합산한 연 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은퇴자라고 해도 일반 계좌에서 1년에 2000만원 넘게 배당금이나 이자를 받으면 피부양자에서 탈락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 대해 회사와 절반씩 건보료를 내고,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낸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남창주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부 중 한쪽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그 사람만 탈락하며, 연 소득 계산은 개인별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소득이 전혀 없어도 주택·토지 등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5억4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자동 탈락이다. 그런데 부부 중 한 사람이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둘 다 탈락은 아니고 미충족한 사람만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새 일자리 구하고 배당도 받으려면

퇴직 후 새 일자리를 구하면서 배당금 생활까지 병행하려 한다면 ‘2000만원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직장인은 급여 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추가 건보료를 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약 80만명의 직장인이 월급 외 부수입으로 인해 건보료를 더 냈다.

추가 건보료가 부과되는 소득에는 이자·배당·사업·연금 등 소득세법상 종합소득에 포함되는 항목이 모두 해당된다. 기준은 소득공제 전 금액이며, 사업·기타소득은 필요경비를 뺀 금액으로 반영된다. 다만 금융소득(이자·배당)은 연 1000만원을 초과할 때만 합산된다.

예를 들어 배당소득 900만원과 임대소득 1900만원이 있는 직장인을 살펴보자. 배당소득 900만원은 1000만원 기준에 미치지 않아 제외되고, 사업소득 1900만원만 반영된다. 급여 외 소득 2000만원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추가 건보료는 ‘0원’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이자소득 300만원, 배당소득 900만원, 사업소득 1600만원인 경우도 살펴보자. 이 경우 금융소득(이자+배당)이 1200만원으로 1000만원을 초과하므로, 사업소득과 합산되어 총 2800만원의 급여 외 소득을 올린 것으로 간주된다. 결국 매달 내야 할 추가 건보료는 2000만원을 초과한 800만원에 대해 7.09%를 적용하며, 계산하면 약 4만7270원(장기요양보험료 별도)이 된다.

배당 투자 전문가 정영주씨는 “건보료 추가 납부 대상자는 건보공단이 국세청 자료를 근거로 고지서를 보내므로, 직접 계산하거나 자진 신고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건강보험료 걱정 없는 계좌 활용

배당이나 이자 같은 금융소득 때문에 건보료 부담을 피하고 싶다면, 금융소득 합산액이 연 1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금융소득 999만원은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1001만원으로 단 1만원만 초과해도 초과 금액이 아니라 전체 1001만원이 부과 대상이 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은 건보료 산정에 50%만 반영되지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IRP) 등 사적연금은 건보료 산정에서 제외된다. 절세 혜택이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발생한 비과세 한도 초과 소득 역시 현 시점에서는 건보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이 밖에 국내 공모리츠 계좌(1인당 5000만원 한도), 투융자 집합기구 계좌(맥쿼리인프라, 발해인프라) 등도 분리과세 대상이어서 건보료 산정에서 제외된다.

올해부터 건보공단은 금융소득에 대해서도 건보료 감액 신청을 받아준다. 일시적인 금융소득 증가로 부담이 늘었다면 공단에 연락해 현재 기준으로 보험료 조정을 신청하자. 감액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납부 중인 건보료는 조정되고, 추후 실제 소득과 차액에 따라 추가 납부하거나 환급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