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LCK) 결승전이 한국 e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TV 메인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MBC는 다음 달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5 LCK 플레이오프 결승전 경기를 생중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상파와 게이머는 악연이었다. 2011년 MBC 뉴스데스크는 “게임하는 청소년들의 폭력성을 실험한다”며 다짜고짜 PC방 컴퓨터 전원을 내렸다. 2003년 KBS 아침마당에서는 당시 최고의 프로게이머였던 임요환 선수에게 “누군가 나를 해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느냐”고 질문했다. 그랬던 지상파에서 주말 최대 5시간 동안 게임을 생중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종목이 ‘프로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수익이 나야 한다. 프로스포츠란, 운동선수가 스포츠 경기를 통해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구단이나 스폰서는 이를 통해 영리를 추구하는 상업적인 스포츠 활동을 말하기 때문이다.

현재 LCK 주전 선수들의 연봉은 10억원대, 최상위권 선수들은 30~50억원으로 추정된다. 1군 선수들 연봉으로만 수십억에서 백몇십억이 나가는 셈이다. 최근 4년 재계약에 성공한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 선수의 연봉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페이커 선수가 소속된 T1은 2004년도에 설립된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전체 직원은 90여 명,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LoL)’, 발로란트, 오버워치 2, 배틀그라운드, FC 온라인, TEAMFIGHT TACTICS(롤토체스), 철권8 등 7개다.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가 만난 사람'과 인터뷰한 안웅기 T1 COO./조선일보 머니

이런 T1을 운영하는 건 안웅기(39) T1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지난해 T1의 매출은 510억원, 전년(346억원) 대비 47.4% 증가했다. 현재 파트너 기업만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회장으로 있는 ‘레드 씨 글로벌’,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 등 18개. 이 중 상당수는 올해 체결한 것이다.

◇T1의 연도별 매출

연도매출액
2023년346억원
2024년510억원

◇T1의 스폰서십

유형기업
메인 파트너레드 씨 글로벌
리드 파트너SK텔레콤
프리미엄 파트너삼성 오디세이, 레드불, 스포티파이, SOOP, 골스튜디오, 메르세데스 벤츠
파트너스틸시리즈, 스픽, 인스파이어, 클레브, 펄사, 랄프 로렌, 빅팀(대성 마이맥 김승리)
서포터시크릿랩, 대웅제약, 도루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공부를 잘했던 모범생이었던 안 COO는 어떻게 T1의 경영자가 된 것일까? 14일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가 만난 사람’ 2탄으로 공개됐다.

<1>게임을 좋아했던 하버드생…덕업일치를 이루다

그의 20대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학 졸업 후 군대를 다녀와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그냥 취직을 하려고 했어요. 아나운서 시험도 보고, 잠깐 방송 기자 생활도 했지요. 입사 시험만 정말 많이 본 것 같아요. ‘안 되겠다’ 싶어서 의학전문대학원 준비도 했었어요. 다 떨어졌지만요.”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T1에서 올라온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특히 ‘T1′의 전신인 ‘SKT T1’ 시절부터 페이커 선수 팬이었다.

“당시 입사 지원서마다 ‘롤 모델’에 페이커 선수를 적을 정도로 팬이었거든요. ‘꼭 T1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고 합격하게 됐습니다.”

<2>상사가 멘토가 되다

2019년 입사한 그의 첫 보직은 스폰서십 담당자였다. 게임단에 입사했지만 게임을 보면서 즐기는 것보다 기존 스폰서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스폰서들을 찾는 일이었다. 아직은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던 시절,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열심히 일하는 그를 김원철 당시 COO가 눈여겨본 후 사업부서도 같이 맡겼다.

“김 전 COO는 제 상사이자 멘토셨어요. 당시 신혼이셨는데, 사모님보다 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정도였지요. 매일 같이 야근하고, 해외 출장 다니며 ‘열심히 하면 기회는 온다’ 등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T1은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개발사 '레드 씨 글로벌'과 3년간의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라드 알바시트 레드 씨 글로벌 최고 ESG책임자(왼쪽부터), 이상혁 T1 페이커, 안웅기 T1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3>T1의 홈그라운드 시작…앞으로 목표는 스피어

2022년 T1의 COO가 된 그가 시도한 것은 보다 많은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홈그라운드’다.

지역별로 홈구장이 있는 국내 프로야구(KBO)와 리그오브레전드 중국 리그(LPL)와 달리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리그(LCK) 경기는 서울 종로 그랑서울 건물 3층에 있는 ‘롤파크’에서 열린다. 규모는 약 400석. 경기마다 팬들이 ‘티켓팅’으로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안 COO는 지난해 처음으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홈그라운드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올해는 인천 인스파이어에서 2만명이 넘는 규모로 진행했다. 지난해 처음 시도할 때만 해도 불공정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일부 비판에 시달렸지만, 올해는 젠지이스포츠, KT롤스터 등 다른 구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홈그라운드 티켓 수익만 20~30억원입니다. 그 외 굿즈 매출과 추가 스폰서십 수익도 상당하고요. 앞으로 계획은 ‘홈그라운드 경기’를 외국으로도 가져가는 것이에요. 수년 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저희 모든 경기를 다 홈그라운드화해서 저희만의 구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페이커 4년 재계약 발표./T1

<4>페이커의 4년 재계약…홈그라운드에서 공개한 이유는?

리그오브레전드가 프로스포츠화가 된 것에는 각 구단마다 간판인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탄생한 것도 영향을 줬다. 디플러스기아의 쇼메이커(허수), 젠지의 룰러(박재혁)와 쵸비(정지훈), KT의 비디디(곽보성) 등의 선수들이 장기 계약으로 각 구단의 간판이 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올해 4년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한 구단에서 16년간 ‘원클럽맨’으로 뛰게 된 페이커 선수다. 그리고 T1은 이 4년 재계약 내용을 홈그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발표했다.

“페이커 선수와의 재계약은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이야기를 시작해 계약했습니다. 오히려 발표 방식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어요. 저희는 페이커 선수 재계약 소식을 언론이나 대중이 알기 전에 팬분들이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홈그라운드에서 발표하기로 결정했고, 재계약 발표 한 시간 전에 동료 선수들에게 말해줬어요. 직원들에게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5분 전에 말해줬어요. 그렇게 홈그라운드에서 재계약 영상이 공개됐지요. 홈그라운드에 오신 분들이 최고의 추억을 갖고 가시길 바라면서요.”

현재 T1에서 가장 큰 수익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스폰서십을 체결하기 위해 안 COO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무엇일까? T1 리그오브레전드 팀의 다른 선수들인 도란(최현준), 오너(문현준), 구마유시(이민형), 케리아(류민석) 선수들의 재계약에 대한 계획은 어떨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머니가 만난 사람’ 영상을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복사해서 접속해보세요. https://youtu.be/xfLU5UXf3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