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의 깡치네 김치말이국수 /이혜운 기자

섭씨 34도를 웃도는 날씨. 하늘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바닥에서는 지글지글 지열이 올라옵니다. 지난 2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올해 20주년을 맞은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입니다.

매년 8월 첫째 주 주말에 열리는 펜타포트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장(戰場)으로 불립니다. 이 땡볕에 서서 음악을 듣다 보면 옆에 있는 관객과 전우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더위의 한복판에 방방 뛰고 있자니, 무대에서 공연하는 밴드 ‘아도이(adoy)’의 달콤한 음악 때문인지, 찌는 듯한 날씨 때문인지,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열기를 진압하기 위해 달려온 (진짜) 소방차의 물폭탄에도 그 더위는 가시지 않습니다.

그때 알람이 옵니다. 앱을 통해 예약한 지 무려 5시간 만에 받게 된 ‘깡치네 김치말이 국수’입니다. 일명 ‘김말국’으로 불리는 그는 10여 년 전부터 펜타의 명물, 진정한 헤드라이너로 불립니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의 깡치네 김치말이국수 /이혜운 기자

검은색 그릇에 담긴 살얼음 동동 뜬 김치말이 국수. 일단 국수를 받으면 국물부터 쭉 들이킵니다. 머리는 살짝 띵해지고, 몸속까지 시원해집니다. 내장을 모두 꺼내 얼음 위에 올려 놓은 듯합니다. 이때 김치와 김을 면과 함께 젓가락에 말아 한입 먹으면? 김치의 매콤함과 육수의 감칠맛 나는 시원함, 김가루와 깨의 고소함까지 한입에 들어옵니다. “그래 이 맛에 펜타 오지!”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펜타 20주년을 맞이해 첫 방한을 한 브릿팝의 전설 ‘펄프(Pulp)’와도 견줄 만합니다.

‘깡치네 김말국’을 2014년부터 운영하는 이는 강윤희(54) 대표입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는 펜타포트에서 일하는 지인의 권유로 김치말이국수를 판매하게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페스티벌에서 파는 음식은 비싸고 맛없기로 유명했습니다. 한 해 중 가장 더운 8월 첫째 주 주말에 노상에서 음식을 팔겠다는 이도 드물었습니다. 그해에도 한 팀이 “장사 못 하겠다”고 포기를 선언한 상황, 평소 강 대표의 김치말이국수를 좋아했던 지인이 그에게 SOS를 요청한 것입니다.

“그전까지는 뮤직 페스티벌을 가본 적도 없었어요. 장사를 해본 적도 없었죠. 동생 친구의 요청에 ‘한번 해볼까?’라는 호기심이 들어 시작했죠. 현장은 정말 더웠는데, 음악을 들으며 열정적으로 노는 관객들을 보고 있자니 너무 재미있고 정말 힘이 나는 거예요. 제 김치말이국수도 너무 맛있게 먹어주고. 그래서 매년 11년째 펜타포트에 나가게 됐습니다.”

강 대표 김치말이국수는 첫해부터 관객들을 줄 서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김말국 비밀은 슬라이스한 김치에 한 양념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삼촌에게 배운 비법입니다. 펜타의 깡치네 김말국이 그냥 시큼 시원한 것이 아닌 달짝지근하면서 고소한 이유입니다.

현재 여름 페스티벌은 ‘깡치네 김말국’이 오느냐 안 오느냐로 나뉩니다. 한여름 성수(聖水)처럼 들이키던 펜타 관객들의 간증이 이어지면서 여러 축제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망원동 깡치네

평소에도 이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강 대표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매장도 냈습니다. 가격은 한 그릇에 7000원, 참치와 스팸으로 만든 주먹밥도 판매합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펜타포트 페스티벌 노상 코너를 지나 축제의 명물이자 망원동 동네 맛집 사장이 된 강 대표. 그의 김말국이 유명해진 건 한 그릇에 담긴 손맛과 사랑이 아닐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68번째 이야기였습니다.

<참고>

매주 월화는 휴무. 페스티벌 일정으로 휴무하는 날도 있으니 꼭 전화(02-333-1054)해보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