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8월 5일 16시 4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쏟아졌던 은행권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물량이 올해는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NPL을 싼값에 사들여 되팔아 차익을 보는 NPL 전문 투자사들은 공모채 시장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큰 장’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NPL 투자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지난달 30일 단일 회차 기준 역대 최대인 6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앞서 유암코가 3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엔 2조20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에 유암코 측은 발행 규모를 기존의 두 배로 늘렸다. 가산 금리는 신고 기준 2년물 마이너스(-) 7bp(1bp=0.01%포인트), 3년물 -6bp, 5년물 -7bp를 기록했다.
NPL 투자사 2위 대신F&I도 지난 4일 수요예측에서 총 1500억원 모집에 2조51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그간 통상적인 수준보다 모집 규모를 키우고, 중장기물인 5년물 발행에도 도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5년물 100억원 모집엔 11배가 넘는 116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들 회사를 비롯해 하나F&I, 키움F&I 등 주요 NPL 전업 투자사들은 올해 초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으로 잇달아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자금을 조달했다.
이런 흥행이 가능했던 배경엔 날이 갈수록 커지는 NPL 매각 시장이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매각한 NPL은 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2022년 2조4000억원 ▲2023년 5조6000억원 등으로 2022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만기 연장을 반복하며 상환을 미뤄온 빚이 워낙 많고,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NPL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NPL 매각 물량이 통상 연말에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9조~10조원 규모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일회계법인의 ‘2025년 NPL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물가와 상호금융업권 시장 매각 등 영향으로 올해 NPL 시장 규모는 상반기에만 최대 5조원 규모로 예상됐다. 이는 전년 동기(4조원)보다 25% 증가한 규모다. 나이스(NICE)신용평가 역시 금융권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증가로 NPL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NPL 투자사들은 은행권 차입 혹은 사모 시장을 통한 단기채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실탄을 마련해 왔다. NPL 규모가 빠르게 증가한 지난해부턴 공모채 시장으로도 눈을 돌렸다.
NPL 매각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 회사의 투자 여력이 확대됐다고 보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암코만 해도 3년 전에는 채권을 전혀 발행하지 않았는데, 올해 2월엔 이미 5000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마쳤다”면서 “이들 NPL 투자사들은 늘어난 자금을 바탕으로 최근 경기에 민감한 물류센터를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의 NPL성 거래에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NPL이란
돈을 빌리는 차주가 은행에서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은행은 통상 분기마다 NPL을 정리해 연체율·고정이하여신 등 건전성 지표를 관리한다. 이때 은행의 NPL을 싸게 사들이고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내는 곳이 NPL 투자 전문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