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일 금(金) 선물 가격이 트로이온스(31.1g)당 3534달러를 넘어 장중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사이 2% 이상 급등했다.
미국 관세 당국이 1kg 골드바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골드바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과 달랐다. 문제는 상당수 골드바가 스위스에서 정련돼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스위스가 39% 관세를 부과받았다는 점이다.
스위스는 매년 약 2000t 이상의 전 세계 미정제 금을 정련해, 미국이나 유럽 등 거래소로 수출한다. 금은 의약품과 함께 스위스의 주요 수출품이다. 지난해 스위스의 대미 무역 흑자는 400억달러(약 55조원) 수준이었는데, 금 수출이 늘며 올 들어선 5월까지 480억달러 흑자를 봤다. 이는 유럽연합, 중국, 멕시코, 베트남 다음으로 큰 규모다. 트럼프는 이를 ‘도둑질’로 규정하며 39%의 관세율을 스위스에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게 글로벌 금 가격 상승으로 번졌다.
올 들어 미국 정부 부채 수준 우려로 인한 안전 자산 선호 확대, 달러화 약세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이미 금값이 크게 오른 상태다. 국제 금 선물은 지난 1월 온스당 2650달러 선에서 거래됐으나,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30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대비 금값 상승률은 27%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더해 관세 부과까지 겹치며 금값 불안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그랜트 제너메탈 수석전략가는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