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쫓아가면서도 ‘공포 지수’가 급등할 때 콜옵션(특정 가격에 매수할 권리)을 매도해 변동성을 관리하는 조건부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세계 최초다.

삼성자산운용은 7일 기자 대상 웹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오는 12일 상장하는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평소에는 S&P500지수를 100% 추종한다. 그러다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커버드콜 비중을 100%로 확대한다.

삼성자산운용 제공

이 ETF가 커버드콜 비중을 매일 0% 또는 100%로 자동 조절하는 기준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다. VIX는 앞으로 30일간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S&P500지수의 변동성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때 VIX가 급등한다. 흔히 공포 지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VIX가 직전 20일 평균보다 높으면서, VIX 선물 시장에서 가까운 만기물 가격이 먼 만기물 가격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상황일 때 커버드콜 비율을 100%로 늘린다.

일반적으로 더 먼 미래보다 가까운 미래가 덜 불확실한 만큼 VIX 선물 가격도 만기가 가까울수록 낮아야 한다. 이와 반대되는 백워데이션이 나타났을 때를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일종의 경고 신호로 반영하는 셈이다.

이날 웹 세미나에서 상품 설명을 맡은 정재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3팀 팀장은 “보통 변동성이 커지면 S&P500지수도 하락하는데, 이때는 콜옵션을 매도해 방어하고 반대로 변동성이 작아 지수가 상승할 때는 그대로 따라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세계 최대 지수 사업자 S&P, 전문 옵션 사업자 CBOE와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의 기초 지수 검증을 마쳤다고 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시장이 흔들렸던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S&P500지수가 8.8% 하락하는 동안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2.4%만 내렸다.

코로나 사태로 시장이 급락했다가 상승한 2020년에는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이 36.1% 오르며 S&P500지수 상승률(16.3%)을 웃돌았다. 대세 상승 구간이었던 2023년의 경우 KODEX 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상승률 26%를 기록, S&P500지수 상승률(26.3%)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 팀장은 “S&P500지수가 장기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이 있지만,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등 하락장이 찾아오곤 한다”며 “투자자들이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변동성 관리 수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상품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다만 KODEX 미국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기존의 배당 중심인 커버드콜 ETF와는 다르다. KODEX 미국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도 매달 분배금(배당금)을 지급하지만, 무조건 옵션 수익을 더하는 것은 아니다. 매 분기마다 직전 3개월 동안 S&P500지수 대비 초과 성과가 있을 때만 옵션 프리미엄 한도 내에서 추가 분배금을 준다. 평소 분배금은 S&P500지수 내 기업의 연 배당수익률 1~2%라는 의미다.

안정진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현금 흐름을 위해 배당 중심의 커버드콜 ETF에 관심 있는 투자자도, KODEX 미국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을 (수익률을) 보완하는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ODEX 미국S&P500변동성확대시커버드콜은 퇴직연금에서 70%까지 담을 수 있고, 개인연금에선 100% 투자할 수 있다. 총보수는 연 0.39%다. 환헤지를 하지 않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변동에 노출된다.